전문가들은 AI가 인구 밀집도를 예측해 위험을 미리 경고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미 가능한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오후 7시 특정 지역에 3만 명 정도가 모였다면 5시간 뒤인 밤 12시, 10만 명 이상이 모일 확률을 따져보고 위험을 경고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폐쇄회로TV(CCTV) 데이터를 이용해 AI가 집회 인구를 계산하고 집회에서 폭력성이 분출될지를 예측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1월부터 한강에 설치된 CCTV에 AI를 적용해 다리 아래로 투신하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난간에 매달리거나 신발을 벗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경고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위험을 예측하는 리스크 관리 모델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시계열 예측(time series forecasting) 모델이 대표적이다. 시계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값이 미래에 어떤 추세를 나타낼지 계산하는 것이다. 이창희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미래를 예측해 위험에 대비하는 AI 모델은 충분히 있다”며 “이를 구현하는 데 데이터 축적과 관리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는 차고 넘친다. 서울시는 올해 1억4000만원을 들여 KT 기지국의 휴대폰 신호 데이터를 활용한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울 50곳의 인구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관광특구에는 오후 10시 기준 5만8000명이 모였다. 서울에 설치된 8만 대가 넘는 CCTV도 중요한 데이터 자원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활용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할 시스템도 없다. 참사 당일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서 누구나 서울시 지하철 역·시간대별 승하차 인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위험 예측에 활용하고 있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AI 기술로 인파 집중도에 따라 위기 단계를 정하는 위험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흩어진 데이터를 한곳에 모을 플랫폼부터 구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데이터를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AI라는 이름만 붙여 놓은 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이번 대책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