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소방서장 '대응단계 늑장발령' 혐의…소방계통 수사확대(종합)
참사 뒤 28분 1단계, 58분 2단계, 93분 3단계 발령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이 사고 당시 소방대응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 중이다.

특수본은 9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최 소방서장을) 입건했다"며 "소방대응단계 발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7일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전 112신고를 받은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도 출동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응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적절한 소방대응단계 발령을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소방당국은 압사사고 발생 28분 뒤인 10월29일 오후 10시43분에 대응 1단계를, 58분 뒤인 11시13분에 2단계를 발령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3단계 상향은 참사 93분 뒤인 11시48분이었다.

'서울시 사고 및 재난 현장 긴급구조 지휘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방대응 1단계에는 관할 소방서가 출동하고, 2단계에는 인접 소방서까지 2∼5개 소방서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3단계는 초대형 재난에 발령되는 최고 수위로 6개 이상 소방서의 대응이 필요할 때 발령한다.

인명 피해 등을 기준으로 하면 대응 1단계는 10명 미만, 대응 2단계는 10∼20명, 대응 3단계는 20명 이상일 때 발령한다.

이태원 참사로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했을 때는 이미 수십 명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었다.

이번 수사에서 소방대응단계 발령 시점을 문제 삼는다면 서울 소방재난본부장 등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조례상 출동 소방력 편성 수준에 관한 결정은 우선 소방재난본부장의 임무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현장 지휘관도 대응 단계를 발령할 수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장 직속이지만 본부장은 소방청이 임명한다.

이번 참사에서 대응 2, 3단계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발령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특수본 역시 추후 수사 대상이 확대될 여지를 열어뒀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최 서장 외에도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최 서장 입건이 부당한 처사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