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컬, 접전 예상 깨고 첫 선출 여성 뉴욕주지사로…공화 '치안 쟁점화' 극복
[美중간선거] 민주, '텃밭' 뉴욕주지사 수성…20년만의 레드웨이브 막아냈다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뜻밖의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 뉴욕주지사 레이스에서 민주당이 '레드 웨이브'를 막아내고 수성에 성공했다.

개표 내내 별다른 위기는 없었지만,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의 두 배 이상 많은 '텃밭'에서 역전패를 당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굴욕으로 볼 수 있다.

캐시 호컬(민주) 현 뉴욕주지사는 이날 차기 주지사 선거에서 오후 11시55분 현재 79%가 개표된 가운데 54.2%의 득표율로 공화당 후보인 리 젤딘 연방하원의원(45.8%)을 비교적 안정적 격차로 앞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당선 확정 보도를 내놓지 않았지만, NBC뉴스 등 일부 매체는 호컬 주지사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호컬 주지사 본인도 일찌감치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뉴욕주에서 선거로 뽑힌 여성 주지사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부지사였던 호컬은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가 성폭력 스캔들로 중도 하차한 뒤 남은 임기를 승계받아 주지사직을 수행해왔다.

개표 시작 직후부터 줄곧 큰 격차로 앞섰던 호컬 주지사는 젤딘 후보의 지역구인 롱아일랜드 지역 개표가 본격화한 중반 이후 10%포인트 안팎으로 쫓겼으나, 그 이상의 추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유리한 인구 분포와 현직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호컬 주지사의 압승이 예상되던 '싱거운 게임'이 막판 긴박하게 전개된 것은 치안과 경제, 두 가지 당면 현안 때문이었다.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불안을 배경으로 전국적 지지도를 끌어올린 공화당은 선거 기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주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겨냥했다.
[美중간선거] 민주, '텃밭' 뉴욕주지사 수성…20년만의 레드웨이브 막아냈다
여기에 더해 젤딘 후보가 던진 승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고조된 뉴욕의 치안 불안을 쟁점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선거 전날 젤딘 후보는 최근 흉기 피습 사건이 벌어진 뉴욕시 브롱크스의 지하철역을 찾아 "모든 계층의 뉴요커가 우리의 거리를, 우리의 지하철을 되찾기 위해 단합하고 있다"며 치안 불안을 자극했다.

예비역 육군 중령인 젤딘 후보는 지난 2015년부터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부에서 내리 4선을 달성한 현역 하원의원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친(親) 트럼프' 정치인이다.

비록 주지사 선거에서는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주 유권자들을 의식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겉으로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비공개 모금 행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한 바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젤딘 후보에게 역전당했다는 결과까지 나오자 호컬 주지사는 지하철 안전 대책을 발표하는 등 방어에 나서는 한편 젤딘 후보의 대선 불복 전력을 문제삼으며 역공에 폈다.

특히 민주당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낙태 지지와 총기 규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 유세 등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의 지원사격을 최대한 활용했다.

선거 당일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과 함께 그의 지역구인 뉴욕시 퀸스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유세를 펼치며 여성 표심을 결집하고 진보 진영과도 손잡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중도 성향인 호컬 주지사를 비판해온 '스타 정치인' 오카시오-코르테스가 강성 우파인 젤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구원'을 잊고 힘을 실어준 모양새였다.

결국 민주당의 대대적인 반격에 부딪힌 젤딘 후보는 지난 2002년 조지 파타키 전 주지사의 3선 이후 20년 만의 첫 공화당 뉴욕주지사 탄생 꿈을 접어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