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에서 불펜으로 변신해 2경기 1홀드에 2이닝 무실점
SSG 잠수함 투수 박종훈 "감독님처럼 저도 '이판사판'으로 던져"
잠수함 투수 박종훈(31)은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SSG 랜더스 불펜의 '히든카드'다.

4일과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3, 4차전에 이틀 연속 등판해 1이닝을 실점 없이 책임졌다.

3차전에서는 팀이 2-1로 역전한 8회말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고, 4차전은 3-6으로 팀이 추격에 시동을 건 8회말 마운드에 올라 볼넷 3개로 고전하면서도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7일 5차전을 앞두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박종훈은 "데뷔하고 연투(이틀 연속 등판)를 해본 건 처음이었다.

불펜 투수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다"면서 "내가 이기나, 타자가 이기나 가위바위보 하는 심정으로 던졌다"고 했다.

특히 볼넷으로만 추가점을 내줄 뻔했던 4차전은 박종훈에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당시 2사 만루에서 임지열과 풀카운트 대결을 벌였던 그는 낮은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종훈은 "심판님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내려갔다.

'한가운데 던지면 내가 이기는데 왜 혼자 어렵게 갔냐'고 생각하며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고 자책했다.

SSG 잠수함 투수 박종훈 "감독님처럼 저도 '이판사판'으로 던져"
동료들은 그런 박종훈에게 "한국시리즈는 결국 무실점하면 된 거"라는 말로 위로했다.

박종훈은 "기록은 전혀 욕심 없다"면서 "불펜에서 보니까 김택형이 제일 고생 많이 한다.

만약 우리가 우승한다면 택형이에게 MVP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리그에서 공의 움직임이 가장 심한 투수로 손꼽히는 박종훈의 불펜 기용은 사실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2015년부터 선발로만 활약 중이고, 간혹 제구가 흔들릴 때는 지난 4차전처럼 볼넷을 내주기 때문이다.

김원형(50) SSG 감독도 3차전 한 점 차 리드에 박종훈 카드를 써서 승리를 지킨 뒤 "이판사판이었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종훈은 "기사를 늦게 봐서 감독님이 '이판사판'이라고 말씀하신 걸 뒤늦게 알았다"면서 "솔직히 4차전 내 심정이 '이판사판'이었다.

감독님이 절 잘 아시는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