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신작…25편의 시 통해 인생 이야기한 에세이
인생의 목소리가 있다면 "그게 곧 시"…신형철 '인생의 역사'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
문학평론가 신형철(46)은 4년 만의 신작인 '인생의 역사'에서 시를 인생에 빗대 이렇게 갈음한다.

시가 행(行·걸어갈 행)과 연(聯·이어질 연)으로 이뤄졌듯이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의 다섯 번째 책 '인생의 역사'는 문학 비평이라기보다 시를 통해 삶을 들여다본 에세이 형식의 '시화'(詩話)다.

한 시인의 인생이 깃든 시를 읽는다는 건, 우리가 직접 겪은 일을 시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란 신형철 글쓰기의 원형(原形)이기도 하다.

책에는 상고 시가인 '공무도하가'부터 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까지 저자가 '겪은' 동서고금의 시 스물다섯 편이 그의 산문과 함께 실렸다.

저자는 첫 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두고 "가장 오래된 인생과 그 고통이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첫 두 구절인 '공무도하'(公無渡河·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와 '공경도하'(公竟渡河·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의 다른 한 글자인 '무'와 '경'의 대립이 주는 긴장감을 짚으며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고 풀이한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에선 생태주의적 세계관 대신 절실하게 필요한 문장이 주는 "치유적 효력"에 주목한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기러기' 중)
저자는 이 시 도입부가 "독자의 자학적 자의식을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음성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고 해석한다.

인생의 목소리가 있다면 "그게 곧 시"…신형철 '인생의 역사'
최승자의 '20년 후에, 지(芝)에게'란 시에선 시인답지 않게 "생에 대한 순순한 긍정"을 담은 듯한 '이상하지,/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란 구절 이면의 희미한 회한, 안타까움을 찾아낸다.

소설가 한강의 '서시'에선 운명을 의인화하고 평등한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이 시의 빛나는 착상"이라고 짚는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서시' 중)
그리고는 "최후의 순간에나 가능할 운명과의 만남을 당겨 상상해보는 것 역시 내가 지금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고 되새겨 본다.

저자는 비단 시인뿐 아니라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포크록 전설' 밥 딜런의 '시대는 변하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 가사도 살핀다.

30여 년 '윤상 덕후'를 자처하며 쓴 글에선 "내가 글쓰기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중요한 어떤 것들을 그의 음악에서 배웠다는 사실"도 고백한다.

2005년 계간 문학동네로 비평 활동을 시작한 신형철은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을 펴내며 인기 문학 평론가로 자리매김했다.

'인생의 역사'도 문학 비평이 잘 읽히지 않는 시대에 2만 부가 출고되며 교보문고 등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난다.

32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