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190m 지하 막장서 잇단 부상에도 구조작업 이어가
광산구조대 등 베테랑 광부들 큰 역할…"영화의 한 장면 같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발생한 매몰사고로 고립된 광부 2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2일 밤.
190m 땅속에서 구조작업을 하다 잠시 땅 밖으로 나온 광산구조대 소속 동료 광부의 머리 위엔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하얀 수증기가 가득 피어올랐다.

잠시 휴식의 시간이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고립된 동료 광부들을 생각하면 진척이 없는 구조작업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봉화의 기적' 일군 218명 동료 광부들…"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이처럼 봉화 광산 사고에서 221시간 만의 기적을 이뤄낸 밑거름은 동료애였다.

기적의 생환을 한 작업반장 박정하(62)씨와 함께 입사한 광부 A씨는 6일 연합뉴스에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고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생환 당시를 돌이켰다.

그도 이번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그는 "사고가 나자마자 구조작업 현장에 바로 투입됐다.

속을 많이 태우고 (구조된 뒤 만나서) 같이 울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정말 고맙다"면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흘간 이어진 구조작업에 피곤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상기됐다.

광업 종사자들의 동료애는 누구의 강요도 없이 강원 삼척에서 봉화까지도 한걸음에 내 달리게 했다.

경동상덕광업소 소속 측량 전문가 10여 명과 채탄공 10여 명 등 20여 명은 지난 1일부터 구조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당시 "동종업계 분들이 아직도 고립돼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봉화에 지원 나왔다"고 밝혔다.

구조활동 동안 최일선에서 암석을 제거하는 작업에는 광산구조대 등 광부 28명이 4교대로 투입됐다.

대부분 60~70대인 이들은 고된 작업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의 차례가 되면 지하 막장으로 향했다.
'봉화의 기적' 일군 218명 동료 광부들…"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광업 특성상 숙련공이 구조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이들은 고된 작업 뒤에는 고립작업자들의 가족을 찾아와 구조상황을 알려주고 애타는 마음을 함께 나눴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번 구조활동에 참여한 광산관계자는 총 218명이었다.

특히 구조 당일도 소방구조대원 7명과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의 베테랑 광부 10여 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간 웃음기 없던 동료 광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핀 건 생환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고립됐던 동료 2명이 부축을 받으며 땅 위로 올라오자 지켜보던 동료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울고 웃었다.

한 광산 관계자는 "광업인의 승리, 구조대원의 승리이자 인간 승리"라며 기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