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오늘] 노동당 군사정책 주도 박정천, 한반도 정세 악화 이끄나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
북한 군부 일인자인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연일 협박성 담화를 내놓고 있다.

박정천은 지난 2일 오전 0시 5분께 시차가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담화를 통해 지난달 말 개시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침략적, 도발적 군사훈련이라며 공격 기도 시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한미 공군이 4일까지였던 훈련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자 박정천은 3일 저녁 추가 담화를 내고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북한은 박정천의 첫 담화 하루만인 3일 오전 7시 40분께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두 번째 담화 직후에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해 담화가 단순한 구두 경고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는 박정천이 북한 국방정책의 실질적인 총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꼽힌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은 작년 6월 2인 체제가 됐지만 좌천됐다가 10개월만에 복권된 리병철은 핵·전략 무기 개발 등만 담당하고 무력 전반은 박정천이 지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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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1인자인 박정천은 작년 9월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돼 북한의 핵심 권력 5인방에 포함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 전 북한 매체에 전혀 등장한 적 없던 박정천은 2012년 4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알린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에 포병사령관으로 참석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소장(우리의 준장)에서 별 두 개의 중장으로 승진한 그는 2013년 별 세 개의 상장, 2019년 별 네 개의 대장, 2020년 5월 차수, 10월 원수로 초고속 진급하며 승승장구했다.

작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 박정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둘이서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정천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SLBM 시험발사를 주재하기도 했다.

박정천이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당 중앙군사위는 당이 정부에 우선하는 북한에서 군사 관련 최고지도기관이다.

전국적으로 도, 시, 군 등 각급 단위 당 위원회 산하에 군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군사노선 결정과 노농적위군 등 민간방어 및 국토 요새화 계획·집행, 군의 간부화 및 현대화 계획 추진, 군사산업시설 발전 사업 수행, 내각 산하 각 부의 군사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한다.

당 중앙군사위가 독자적 권력 기구가 된 1983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1대 위원장을 맡았으며 2대 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이 3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선군정치로 당의 역할이 위축됐던 김정일 시대에는 군수 관련 사항 정도를 결정하는 등 기능이 약화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당 규약에 중앙군사위가 국방사업 전반을 단적으로 지도한다는 내용이 명시되며 최고 군사기관으로 다시 격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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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