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보도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 비상상황시 사용할 방공호 425개소를 지정하고 필요한 물자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공격이 이뤄진다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적절한 설비를 갖춘 방공호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는 통신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이우 일대에 있는 1천개의 방공호 중 상당수는 방사능으로부터 피란민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반드시 핵방공호로 별도 지정된 425개소로 몸을 피해야 하며, 전화통신망이 마비될 가능성에 대비해 휴대용 라디오를 소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키이우 당국은 이에 더해 주민 대피 경로를 재정비하고 구급대원에게 방사능 보호복을 지급했으며, 러시아의 핵공격이 임박했을 때 신속히 알리기 위한 확성기 차량과 라디오 방송 수단 등을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지상전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러시아가 국면 전환을 위해 전술 핵무기를 동원할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30일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선언하고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앞서 NYT는 복수의 미국 고위급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군 수뇌부가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는 정보가 지난달 중순께 미 정부 내에서 공유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대화에 푸틴 대통령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역대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평가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키이우 주민들은 방사능 낙진의 공포를 매우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체르노빌은 키이우에서 불과 100㎞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