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총리 "국민 안전 위한 조치"…반대론자 "표현의 자유 위협"
일각선 '선택적 규제' 비판도…"2천명 모인 무솔리니 지지 집회는 방관"
伊, 50명 이상 레이브 파티 처벌 추진…집회금지 악용 우려(종합)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새 내각이 추진 중인 '레이브(Rave) 파티' 처벌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타인의 토지나 건물에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가 50명 이상이 위험한 모임을 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했다.

주최자에게는 최대 징역 6년형을 내릴 수 있고, 수사 당국에 도청을 허용하는 규정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브 파티는 젊은이들이 농장 등에 버려진 창고나 천막 같은 시설을 활용해 테크노 음악에 맞춰 밤새 춤을 추며 어울리는 파티를 일컫는다.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류와 과도한 음주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이탈리아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 핼러윈을 맞아 주말 내내 시끄럽게 레이브 파티를 벌이던 1천여 명이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해산된 사건 직후 발의됐다.

지난해에는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1만 명가량이 비테르보 지역에서 며칠 동안 파티를 벌이다가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는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 자체가 모호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멜로니 총리와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이번 법안이 레이브 파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법안에는 레이브 파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사유지에 무단 침입하게 되면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도 굳이 새로운 법안이 필요한지를 두고 비판도 제기된다.

伊, 50명 이상 레이브 파티 처벌 추진…집회금지 악용 우려(종합)
또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모임"이라는 법안 규정에서 위험 수준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점도 논쟁거리다.

법안대로라면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허가받지 않고 50명 이상이 집회하는 것도 당국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레이브 파티와는 무관한 집회나 시위에도 적용돼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는 이번 법안에 대해 "매우 중대한 잘못"이라며 "국민의 집회·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우리는 불법 레이브 파티만을 막을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연립 정부의 한 축인 전진이탈리아(FI)는 젊은이들에게 최대 징역 6년형은 지나치다며 최대 징역 4년형으로 낮추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선택적 규제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지난 주말 북부 프레다피오에 2천여 명이 모여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 수립 토대가 된 '로마 진군'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진을 열었는데, 이때는 당국 제재가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이에 레이브 파티와 해당 행진은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며 로마 진군 기념 행진은 공공질서를 파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취임한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100년 만에 등장한 극우 총리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단언했으나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삼색 불꽃 로고를 여전히 당 로고로 사용하는 등 파시즘에 경도된 모습을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