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여객기 비상착륙 때는 승무원의 '반말 지시'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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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 필리핀 활주로 이탈사고 때 승객들 "반말 지시에 놀랐다"
항공사 '객실 운영교범' 따라 비상시 '반말·고함 지시'가 원칙
'존댓말 쓸 때보다 반말지시 때 승객들 더 빨리 대피' 실험도 있어 지난달 24일 필리핀 세부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했다.
이때 객실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고개 숙여"라고 반말로 지시한 것을 두고 적절한 대처였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 한 승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리 (착륙을) 말해주셨으면 대비가 됐을 텐데, 갑자기 승무원들이 소리 지르면서 '머리 숙여' 이렇게만 하시니까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은 여행 카페에 게시글을 올려 "랜딩(착륙)을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칙상 반말로 소리 지르는 게 맞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이란 의견이 이어졌다.
자신을 비행기 조종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객실에서 승무원들은 기장이 마지막에 방송한 'Brace for Impact'(충격에 대비하라) 이후에는 반말 샤우팅(고함)으로 "고개 숙여", "헤드다운"(Head down·머리 숙여)을 계속 단체로 외치게 되어 있다"고 매뉴얼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말 여객기 비상착륙 때는 승객들에게 반말로 소리쳐 지시하는 게 원칙일까? 비상시 객실 승무원의 반말 지시, 샤우팅 대처에 대한 근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이다.
항공보안에 관한 최상위 국제법에 해당하는 'ICAO 문서 10002 객실 승무원 안전훈련 매뉴얼(Doc 10002 CABIN CREW SAFETY TRAINING MANUAL)'의 객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승무원은) 충격 방지 (자세) 명령을 외친다.
이때 명령형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충격 방지 자세는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이라고도 불리는데, 항공기가 무언가에 충돌하거나 비상 착륙할 때 승객에게 취하도록 하는 자세다.
ICAO는 '문서 10086'에서도 비상 탈출 시 승무원의 명령은 크게, 단정적으로, 반복해서,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마찬가지로 객실 승무원들이 동시에 명령을 외치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 황경철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CAO의 규정은 객실 안전에 관해 제정된 국제적인 표준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 ICAO 가입국이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국내외 항공사들이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반말·고함 지시 규정을 담고 있는 것은 항공사별로 수립하는 객실 운영 교범(COM·Cabin Operation Manual)이다.
COM엔 객실 안전 유지와 관련해 객실 승무원이 해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황 교수는 "COM은 객실 승무원이 기내에서 해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승무원의 바이블"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COM은 항공사가 국내 항공법과 국제법 규정을 충족해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측은 COM의 일부라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COM의 내용이 지식재산권에 해당해 이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말·고함 지시는 대한항공이 올려놓은 유튜브 비상탈출 훈련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보면 객실 승무원이 온 힘을 다해 "머리 숙여! 자세 낮춰!"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모의 훈련도 COM을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규정상 비상상황 때는 반말 지시가 원칙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항공 홍보팀 박준엽 부장도 이 영상을 보면 비상시 승무원의 대처 요령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승무원의 존재 이유는 승객의 안전 보장이기 때문에 입사 후 받는 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게 안전 훈련이다.
서비스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는 통상 높임말과 반말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지시가 명령형으로 이뤄진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는 비상 착륙 상황에서 객실 승무원들이 "Brace, Brace, Brace, Head Down! (<특정 자세를> 유지, 유지, 유지, 머리 숙여!)"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임말과 반말이 구분이 있는 한국어에서는 반말로 지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비상 상황에서는 반말 지시가 더 효율적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2016년 JTBC '뉴스 실험실'은 여객기 비상 상황 모의 탈출 훈련에서 존댓말로 차분하게 탈출을 유도할 때와 매우 긴박하게 반말로 탈출을 유도할 때의 차이를 실험했다.
그 결과 객실 승무원들이 존댓말로 탈출을 안내했을 때(1분 44초)보다 반말로 지시했을 때(1분 11초) 탈출 시간이 30초 이상 줄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토교통부 고시인 운항기술기준은 여객기 사고 때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90초 이내에 탈출시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반말을 사용한 대피 지시가 30초가량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박 부장은 "위급 상황에서는 (승객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지시를 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령조, 반말로 외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말 지시의 이유를 설명했다.
황 교수는 "비상시에는 승객을 안전하게 인도할 책임과 의무가 객실 승무원에게 있고, 분명하고도 정확한, 모든 승객이 알 수 있는 큰소리로 승객에게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항공사 '객실 운영교범' 따라 비상시 '반말·고함 지시'가 원칙
'존댓말 쓸 때보다 반말지시 때 승객들 더 빨리 대피' 실험도 있어 지난달 24일 필리핀 세부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했다.
이때 객실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고개 숙여"라고 반말로 지시한 것을 두고 적절한 대처였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 한 승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리 (착륙을) 말해주셨으면 대비가 됐을 텐데, 갑자기 승무원들이 소리 지르면서 '머리 숙여' 이렇게만 하시니까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은 여행 카페에 게시글을 올려 "랜딩(착륙)을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칙상 반말로 소리 지르는 게 맞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이란 의견이 이어졌다.
자신을 비행기 조종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객실에서 승무원들은 기장이 마지막에 방송한 'Brace for Impact'(충격에 대비하라) 이후에는 반말 샤우팅(고함)으로 "고개 숙여", "헤드다운"(Head down·머리 숙여)을 계속 단체로 외치게 되어 있다"고 매뉴얼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말 여객기 비상착륙 때는 승객들에게 반말로 소리쳐 지시하는 게 원칙일까? 비상시 객실 승무원의 반말 지시, 샤우팅 대처에 대한 근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이다.
항공보안에 관한 최상위 국제법에 해당하는 'ICAO 문서 10002 객실 승무원 안전훈련 매뉴얼(Doc 10002 CABIN CREW SAFETY TRAINING MANUAL)'의 객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승무원은) 충격 방지 (자세) 명령을 외친다.
이때 명령형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충격 방지 자세는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이라고도 불리는데, 항공기가 무언가에 충돌하거나 비상 착륙할 때 승객에게 취하도록 하는 자세다.
ICAO는 '문서 10086'에서도 비상 탈출 시 승무원의 명령은 크게, 단정적으로, 반복해서,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마찬가지로 객실 승무원들이 동시에 명령을 외치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 황경철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CAO의 규정은 객실 안전에 관해 제정된 국제적인 표준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 ICAO 가입국이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국내외 항공사들이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반말·고함 지시 규정을 담고 있는 것은 항공사별로 수립하는 객실 운영 교범(COM·Cabin Operation Manual)이다.
COM엔 객실 안전 유지와 관련해 객실 승무원이 해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황 교수는 "COM은 객실 승무원이 기내에서 해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승무원의 바이블"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COM은 항공사가 국내 항공법과 국제법 규정을 충족해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측은 COM의 일부라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COM의 내용이 지식재산권에 해당해 이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말·고함 지시는 대한항공이 올려놓은 유튜브 비상탈출 훈련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보면 객실 승무원이 온 힘을 다해 "머리 숙여! 자세 낮춰!"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모의 훈련도 COM을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규정상 비상상황 때는 반말 지시가 원칙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항공 홍보팀 박준엽 부장도 이 영상을 보면 비상시 승무원의 대처 요령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승무원의 존재 이유는 승객의 안전 보장이기 때문에 입사 후 받는 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게 안전 훈련이다.
서비스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는 통상 높임말과 반말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지시가 명령형으로 이뤄진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는 비상 착륙 상황에서 객실 승무원들이 "Brace, Brace, Brace, Head Down! (<특정 자세를> 유지, 유지, 유지, 머리 숙여!)"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임말과 반말이 구분이 있는 한국어에서는 반말로 지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비상 상황에서는 반말 지시가 더 효율적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2016년 JTBC '뉴스 실험실'은 여객기 비상 상황 모의 탈출 훈련에서 존댓말로 차분하게 탈출을 유도할 때와 매우 긴박하게 반말로 탈출을 유도할 때의 차이를 실험했다.
그 결과 객실 승무원들이 존댓말로 탈출을 안내했을 때(1분 44초)보다 반말로 지시했을 때(1분 11초) 탈출 시간이 30초 이상 줄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토교통부 고시인 운항기술기준은 여객기 사고 때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90초 이내에 탈출시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반말을 사용한 대피 지시가 30초가량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박 부장은 "위급 상황에서는 (승객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지시를 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령조, 반말로 외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말 지시의 이유를 설명했다.
황 교수는 "비상시에는 승객을 안전하게 인도할 책임과 의무가 객실 승무원에게 있고, 분명하고도 정확한, 모든 승객이 알 수 있는 큰소리로 승객에게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