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문 닫았지만 감성주점 앞 줄지어 기다려
[이태원 참사] 여전히 북적이는 홍대 거리…클럽은 자체 휴업
하루 전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났지만 30일 저녁 홍대 거리는 젊은이로 북적였다.

거리를 메운 인파 속에 핼러윈 분장을 한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가게를 하는 상인들은 "핼러윈을 하루 앞둔 주말 밤 치고는 적은 편인데 이태원 참사의 영향인 것 같다"라고 했지만 이태원과 함께 젊은층이 많이 찾는 명소인 홍대거리는 여전히 성황이었다.

일부 유명 감성주점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생기기도 했다.

거리는 붐볐지만 평소와는 다른 모습도 보였다.

식당, 술집은 대부분 문을 열고 손님을 받았지만 홍대 거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클럽 등 '춤 허용업소' 57곳은 거의 다 자체 휴업했다.

'이태원을 위해 기도해달라. 국가 애도기간에 자체 휴업하고자 한다'는 추모글을 붙이고 문을 닫은 클럽도 있었다.

홍대거리의 행정담당 기관인 마포구도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이날 오후 7시께부터 구청장이 직접 클럽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체 영업 중단을 호소했다.

앞서 마포구는 30일 지역 내 유동 인구 집중지역에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30, 31일 이틀간 홍대걷고싶은거리 상인회 등에 자율휴업을 권고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굳게 닫힌 클럽의 철문을 밀어보기도 하고, 내부에서 혹여나 음악과 불빛이 새 나오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한 클럽이 영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핼러윈 분위기에 맞춰 강렬한 푸른 빛을 뿜는 해골 조명으로 장식된 계단을 내려가자 30여 명이 힙합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박 구청장과 동행한 마포구청 직원이 휴업을 부탁하려 '책임자'를 부르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사장은 아니고 공연 때문에 클럽을 잠시 빌렸다"며 "얼른 끝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 구청장은 '시민행동요령'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고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클럽 앞에는 사장인 김태수(44) 씨가 앞에 나와 구청 직원들 맞이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 생계가 달려 아예 문을 닫지는 못하지만 시끄러운 음악을 틀지 않고 춤을 못 추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이 줄어 사실상 문을 여는 게 적자지만 구의 권고에 최대한 동참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대거리를 점검한 박 청장은 "자발적으로 이렇게 휴업하시고, 많이 동참해 주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태원 참사] 여전히 북적이는 홍대 거리…클럽은 자체 휴업
마포구 직원, 경찰, 소상공인연합회 회원 204명은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질서유지는 나부터' '자율점검의 생활화' 등이 적힌 팻말을 든 채 오후 9시35분께까지 약 2시간 동안 홍대거리에서 계도활동을 벌였다.

박 구청장은 "가게 문을 닫으면 손해를 보는 만큼 구 차원에서 혜택을 줄 수 있는 게 없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31일 홍대 상상마당 앞 홍대걷고싶은거리 초입과 구청 앞에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