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기업들 상장은 4분기 이어져
케이뱅크 내년 1월 상장 가닥…올해 대형 IPO 사실상 마감
하반기 IPO(기업공개)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케이뱅크가 내년 1월로 상장 시기를 잠정 결정하면서 올해 대형 IPO가 사실상 마감되는 분위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FI(재무적투자자)에 내부적으로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 1월로 잡았다고 알렸다.

회사 측은 그동안 구체적인 상장 시점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9월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 만큼 이르면 연말 상장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 때문에 연말 상장이 어려워졌다고 투자자들에게 전하면서 실제 상장은 내년 1분기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간 데다, 특히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추락한 것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작년 상장 후 최고 9만4천400원에서 이달 28일 1만5천800원으로 1년여 만에 83% 떨어졌다.

공모가(3만9천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금리 인상으로 플랫폼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떨어진 데다 최근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카카오 그룹주 주가가 추락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IPO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 추락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IPO 전까지 BaaS(Banking as a Service·서비스형 뱅킹)나 통신사와의 연계성 등 카카오뱅크와 차별화 지점을 부각하는 것이 케이뱅크의 숙제"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측은 IPO 시점에 대해 "시장 상황에 맞춰 좋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컬리 역시 상장 시점을 고민 중이어서 남은 연말까지 더는 조 단위의 대어급 IPO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골프존카운티 역시 올해 12월 증권신고서를 내고 내년 1월 상장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조 단위 대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장을 철회했고,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대형 IPO는 내년 이후를 노리는 분위기이지만, 중소형 기업은 증시 약세에도 시장을 계속 노크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7개로, 작년 동기(32개)보다는 적지만, 전 분기(20개)보다는 늘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48개로, 상장을 철회한 일부 기업을 빼면 4분기에도 1999∼2021년 평균(39개)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우량 대형사는 상장하면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인정받을 수 없으니 내년을 기다리는 게 맞다"면서 "중소형기업이나 성장법인은 채권 발행도 안 되는데 상장을 하지 않고 자금조달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상장하려는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대어들이 상장하지 않더라도) 4분기 상장 기업 수가 확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면서 "내년에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 봐 연말에 상장 일정을 잡는 중소형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