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국제 정세를 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한국을 지목해 직접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합의에 거의 도달했으나, 미국이 입장을 바꾸고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한 뒤 한국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인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및 세계 질서의 재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선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개방돼 있고 효율적"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가까운 친구"라고 했다. 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왜 미국의 '할머니'가 대만을 방문해서 중국을 도발하나.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망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할머니'라고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석유 감산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발전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가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에 대해선 "국제 문제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대화 의지도 시사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꾸고 평화롭게 문제를 풀도록 미국이 신호를 주기만 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10년을 맞이했다"며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 사용의 위험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핵무기 사용이 방어에 국한된다는 러시아의 원칙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