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세단 중 꾸준히 인기 있는 차를 꼽으라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국내에서 벤츠의 인지도에 큰 공을 세웠던 모델이다. 벤츠가 이달 전기차 E클래스 버전인 '더 뉴 EQE 350+'를 출시한 건 그래서 주목도가 높았다. EQE는 국내에서 고급 전기차 세단 입지를 굳히기 위해 벤츠로서도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델이다. 더 뉴 EQE 350+를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EQE 성수'에서부터 강원 원주까지 약 100km를 시승했다.

1회 충전시 471km 주행...유려하고 날렵한 외관

더 뉴 EQE 350+는 벤츠가 EQE라인업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모델이다. 88.89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국내 인증 기준 최대 471㎞ 주행이 가능하다. 모터 최고 출력 215kW, 최대토크 565 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모터 최고 속도는 시속 210㎞이다. 최대 170kW 출력의 급속 충전과 8.8kW 출력의 완속 충전을 지원하며, 급속 충전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2분 소요된다.
외관은 내연기관 E클래스와는 약간 다르게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낮고 슬림한 전면부와 쿠페형 실루엣, 날렵한 리어 스포일러로 스포티한 비즈니스 세단 같은 느낌이 든다. 가격 1억원 세단답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주행 능력이나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고속주행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치고 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맛이 있다. 제로백은 6.4초다. 승차감은 안정적이고 바깥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내비게이션이 편리했다. 전방에 신호등이 있거나 나들목 등에서 경로를 변경해야 할 때 주로 등장하는데, 진입 지점이 가까울수록 화살표가 커진다.

회생제동 기능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회생제동을 가장 강하게 걸어두면 가속 페달을 떼기만 하도 차가 강하게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원 페달 운전도 가능해 보였다. 회생제동이 낯설고 불편하다면 회생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D오토 모드를 사용하는 게 나아 보였다. 다만 D오토 모드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기회가 있었는데, 브레이크를 세게 밟자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바닥을 끄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아쉬웠던 건 내부 디자인이다. 특히 시트 위치를 조절하는 키가 직관적이지 않아 아쉬웠다. 소리가 난다든지 표시가 전혀 없어 시트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려면 어디를 눌러야 할지 빠르게 찾기 어려웠다. 단조로운 내부 디자인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로 보인다.

6년간 국내 1위...자존심 센 독일차 벤츠, 전기차에서는?

더 뉴 EQE 350+의 가격은 1억160만원이다. 급이나 가격대에서 비슷한 경쟁 차로는 아우디 e-트론 GT(1억4520만~1억6820만원)이 거론되는데, EQE가 전비나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객관적 수치로는 경쟁 차종보다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전동화 추세에 맞춰 기존 E클래스를 타던 고객들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BMW와 접전을 펼치고 있는 벤츠는 1~9월 기준 BMW에 1700대 판매량이 뒤져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EQE는 국내 점유율 수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요하네스 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이 EQE를 소개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E클래스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