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메모리 수요 위축…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반토막'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다"…장기적 관점서 투자 승부수
'실적 버팀목' K-반도체 휘청…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부진
'K-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반도체 혹한기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마저 경기침체의 그늘이 드리우며 수요 위축이란 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분기에는 성적은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반등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 카드마저 꺼내 들고 있다.

◇ K반도체 이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악화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6조7천817억원, 영업이익 10조8천5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3.79% 증가했고, 3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31.39%나 급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버팀목' 역할을 했던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DS) 부문 매출은 23조2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5조1천2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47%를 차지했다.

전분기에 DS 부문 영업이익이 9조9천8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7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실적이 '수직 하락'한 셈이다.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2%로, 전분기(41.4%)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까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넘겨줬다.

TSMC의 3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48% 늘어난 6천131억4천만 대만달러(약 27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도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하이닉스가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0조9천829억원, 영업이익은 1조6천55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7.0%, 영업이익은 60.3% 감소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적 버팀목' K-반도체 휘청…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부진
◇ 4분기 전망도 '먹구름'…증권가 실적 전망도 하향조정
문제는 4분기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침체 우려 속에 스마트폰과 PC 등 IT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본격화됐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10∼15%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 D램 가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전 분기 대비 하락폭이 13∼18%에 달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관측했다.

트렌드포스는 또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하락했으며, 4분기에는 평균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이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올해 4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76조961억원, 영업이익은 8조4천968억원으로 추정됐다.

3개월 전 추정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7.26%, 영업이익은 33.91% 낮아진 것이다.

또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0조8천749억원, 영업이익 4천78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각각 31.89%, 86.46% 낮아진 것이다.

◇ 메모리 업체 속속 감산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없다"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을 결정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메모리 업계 1위의 자신감으로도 풀이된다.

단기적 수요 부진을 이겨낼 만큼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경우 감산을 택한 업체들보다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함에 따라 내년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생산량도 올해보다 줄고 선단 공정 비중도 낮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업체도 감산과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 투자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반도체 칩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장비에 대한 투자를 50% 축소할 방침이다.

일본 키옥시아도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도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를 당초보다 10% 하향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