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시아인 최대 10만명 이주…같은 슬라브권이라 문화차이 적고, 각종 지원도"
"세르비아, 러시아 탈출 인재·자본 끌어 모은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많은 러시아인이 외국 이주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발칸 국가 세르비아가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인기 이주국으로 부상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냉전 시절 공산권에 속했던 슬라브 국가 세르비아가 러시아 전문가들과 기업들을 유치하는 경쟁에서 선두 주자로 나섰다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를 회피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벗어나려는 러시아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초기에는 터키, 두바이,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이 많은 러시아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엔 이주 러시아인 다수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며 EU와의 교역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세르비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와 대학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로 오는가 하면, 일부는 대러 제재를 피해 서방과의 사업을 유지하려고 이곳을 찾는다.

탈러 물결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우크라이나 파병 군인을 보충하기 위해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 뒤 더 거세졌다.

세르비아 현지 관리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5만~10만 명의 러시아인이 입국한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카자흐스탄, 조지아, 핀란드 등으로 이주한 러시아인이 각각 9만8천 명, 5만3천 명, 4만3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숫자다.

WSJ은 최근 몇 달 동안에만도 수만 명의 러시아 기술자들과 프로그래머, 기업인, 예술가, 과학자 등이 세르비아로 이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베오그라드 일부 지역은 이주 러시아인들로 인한 수요 증대로 집세가 거의 2배나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3세의 항공전자공학 엔지니어 블라디미르 사모일로프는 지난 3월 부인, 아들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베오그라드 북쪽 도시 노비사드로 이주했다.

그는 터키와 조지아, 두바이를 저울질하다 이곳으로 왔다면서 "가족이 있으면 언어, 세금, 의료, 교육 등의 측면에서 세르비아가 최고 선택지"라고 말했다.

약 7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세르비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국이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비자 없이 세르비아를 여행할 수 있고, 양국 간 직항도 유지되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도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러시아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수의 러시아인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는 이미 직원 1천 명을 러시아서 베오그라드로 이주시켰으며, 1천 명을 추가로 이주시키려 하고 있다고 이 회사의 세르비아 지사 대표 미하일로 포스티치는 전했다.

그는 세르비아 정부가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해 국영항공사인 에어세르비아 여객기 4대를 전세 내는 데 도움을 주고, 노동 허가와 거주 허가도 신속하게 내줬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