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머리는 깨질 것만 같은데 방안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침대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소름 끼치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피가 흥건한 바닥 위에 웬 남성이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닌가.
찬우는 어젯밤 기억을 하나둘 더듬어 보려 하지만 도통 복원이 되지 않는다.
경찰 공무원 시험접수 마감일인 오늘, 충격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 이 원룸의 벨을 눌러 방안의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
영화 '옆집사람'은 원룸에서 벌어지는 코믹 스릴러물이다.
평소 벽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옆집에서 숙취 가득한 상태로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본격 시작된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스릴러물의 집중도를 높였다면, 찬우 역으로 분한 배우 오동민의 코믹 연기는 때때로 웃음을 자아낸다.
마치 찬우의 1인극처럼 돌아가는 영화 속에 현민(최희진 분), 기철(이정현)이 등장하며 긴장감은 증폭된다.
살인 도구들이 찬우와 현민, 기철의 손을 오가며 관객들을 원룸 안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민의 감정 변화, 피범벅 된 기철의 얼굴은 무언가 더 난감한 일이 벌어질 듯한 불길함을 던진다.
'옆집사람'은 염지호 감독의 학교 졸업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감독 스스로가 학교에 다니며 자취로 단련된 터라 원룸은 자연스럽게 영화의 주된 무대가 됐다.
평소 노트에 한 줄짜리 아이디어를 적어놓고는 했는데, 어느 날 보게 된 '자고 일어났는데 시체가 있다면'이라는 문구는 그가 시나리오에 몰입한 계기가 됐다.
염 감독은 25일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영화) 예산이 저예산이다.
저예산으로 괜찮게 찍을 수 있는 게 필요했다"며 지난 제작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흥행에 상관없이 극장에서 영화가 개봉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극장이 안 좋은 시기에 개봉했습니다.
저는 개봉한 거 자체가 좋아서 관객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얘기하면…(물론) 안 되겠지만, 솔직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개봉했으니 실망할 거는 없다고 해야겠어요.
"
코믹과 스릴러 연기를 오간 오동민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찬우라는 배역에 욕심을 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다.
마음을 열고서 관대한 마음으로, 즐겁게 즐기다 가셨으면 한다"고 스크린으로 초대했다.
최희진도 '코로나19'로 3년 만에 극장 개봉을 한 작품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지만,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저에게는 영화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연기 열심히 하고 싶어요.
"
11월 3일 개봉.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