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드 메오 르노그룹 회장(사진)은 “수억유로를 투자해 한국을 중대형(D세그먼트)차 ‘수출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드 메오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청담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향후 6년간 한국에 수억유로를 투자하길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방한한 것은 2020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처음이다.

드 메오 회장은 “(투자를 하려면)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합작법인이 계획대로 잘 운영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고 했다. 또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중대형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마치는 등 수익성을 담보할 계획이 갖춰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르노가 2024년부터 생산할 하이브리드카는 지난 5월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한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만든다. 르노그룹은 지리차가 보유한 볼보의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이 모델을 개발해 내수 판매 및 수출할 계획이다.

그는 “20만 대의 준중형(B세그먼트) 차를 제조하는 것과 중대형차를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업”이라며 “부산 공장을 (수익성이 좋은) 중대형차 생산 플랫폼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어 “판매량을 늘리거나 물량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 판매량이라는 양적 성장보다 이익 중심의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드 메오 회장은 “다수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은 수출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유럽을 포함해 다른 국가로 연결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 메오 회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한국 배터리 기업 최고 리더와 만났다”며 “배터리 문제는 한국으로 출장 온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유럽에서 사용할 배터리가 부족해 적용 용량을 늘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과의 합작공장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파트너들과 장기적으로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생산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카를 먼저 생산하려 한다”면서도 “르노는 전기차를 개발한 최초의 자동차 회사이며, 어떤 문도 닫아놓지 않고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드 메오 회장은 “향후 몇 년은 르노코리아의 지난 몇 년보다 훨씬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며 “XM3 수출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