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입장 대신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대통령 입장 땐 침묵시위
박홍근 "연설 직접 방해보단 엄중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표출"
野, 尹대통령 시정연설 전면 보이콧…헌정사 최초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하기로 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 의원은 오늘 전원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 대독 형식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적은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서 아예 입장조차 하지 않은 채 전면 보이콧하는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협치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제1야당이 초유의 시정연설 전면 거부를 결정함에 따라, 예산 및 법안 심사 등을 앞둔 정기국회에서 여야 대치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대신에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등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에는 비공개 의총을 열고, 퇴장한 후에는 다시 로텐더홀에서 다시 마무리 규탄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해서 입장할 때는 엄중하고 절제된 침묵시위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정연설 전 진행되는 국회의장과 5부 요인 등의 사전환담에도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뒤로는 막말 정쟁을 하며 민생을 외면하고 야당 탄압과 협치 파괴로 입법부를 부정하는데 또다시 시정연설로 국회를 기만하려는 것이냐"며 "민주당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5년 전인 2017년 11월 1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검은 복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대형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고성으로 연설을 방해했다"며 "오늘 우리는 당시 국민의힘처럼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 더 엄중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충분히 표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반 협치 폭주 앞에 오늘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나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이지 않게 예산심사는 그 어느 해보다 철저히 그리고 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