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떠나보낸 사람이 그립다면…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내가 없어지는 건 나에게서 없어지는 게 아니야. 당신으로부터 없어지는 거지. 난 그게 슬퍼."
안락사법이 통과된 2032년. 고통에서 벗어날 죽음을 기다리는 차이후(한지민 분)는 힘겹게 입을 열어 남편 재현(신하균)에게 말한다.

이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후는 일찍부터 재현에게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을 말했었고, 그런데도 함께 하기를 택한 둘은 오랫동안 죽음을 준비해왔다.

결국 아내를 떠나보낸 재현은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아내의 흔적부터 치운다.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듯 보이는 재현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아내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한다.

자기는 '욘더'라는 곳에 살아있으니 보러 와달라고.
영영 떠나보낸 사람이 그립다면…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왕의 남자'(2005), '사도'(2015), '자산어보'(2021) 등 사극 영화 흥행을 이끌어 온 이준익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 감독은 SF물의 극적인 전개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 재현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다.

재현은 감정 표현의 폭이 크지 않다.

신하균은 아내를 잃었을 때의 공허함, 죽은 줄 알았던 아내를 다시 만났을 때의 혼란스러움, 그리고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천국' 욘더에 대한 거부감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그는 재현이 애써 억누르고 외면하는 감정들을 호흡과 눈떨림 등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영영 떠나보낸 사람이 그립다면…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욘더'의 장르를 따지자면 SF 멜로에 가깝지만, 작품의 세계관은 곳곳에서 스릴러의 분위기를 더하기도 한다.

"과학이 가야 할 곳의 종점은 천국"이라고 주장하는 닥터 케이(정진영)는 과학으로 죽은 자들과 교감할 수 있고, 죽어서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임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죽은 뒤 욘더로 가기를 선택하고,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욘더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줄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작품이 반복해서 묻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은 무겁다.

전개가 느리고 대부분의 대사가 의미심장해서 몰입이 어렵다는 평도 있지만, '욘더'는 추억과 기억이 왜 아름다운지를 다시금 강조하며 다시 만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이 된다.

영영 떠나보낸 사람이 그립다면…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