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앞 전경. /연합뉴스
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앞 전경. /연합뉴스
"올해 벌써 3번이나 인상했는데…샤넬이 또 값을 올린다고요?"
"샤넬이잖아요…작년에도 4번이나 올렸는데 연말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최근 인기 명품 브랜드 샤넬의 '오픈런' 현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다음달 다시 한 번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입니다. 전국 주요 샤넬 매장 앞에는 한동안 뜸했던 오픈런 현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연일 장사진을 이루는 중입니다.

대기 고객이 가장 적은 '평일 오전'을 노려 일찍 매장을 방문, 대기를 신청해도 7시간 이상 기다려야 매장에 발이라도 들여놓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 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입니다. '킹달러' 여파에 명품족들이 국내 매장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이를 부추깁니다. 최근 달러 제품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리셀(되팔기) 거래로 수익을 내려는 '샤테크(샤넬+재테크)'족들이 오픈런과 인상설을 부추기면서 이처럼 '샤넬 대란'이 다시 확산할 조짐입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에비뉴엘에는 샤넬 매장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섰습니다. 개장(오전 10시30분) 두어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던 김모 씨(29)는 "이달 들어 여섯번째 샤넬 매장에 대기를 걸고 방문하고 있다. 이미 11월 인상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이나 강남 백화점에도 수십명씩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는 "샤넬이 다음달 가격을 올릴 것", "인기 상품은 일단 하루라도 빨리 사야 한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달러 여파에 가격 인상 소식까지 더해져 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겁니다. 앞서 샤넬은 올 1월 '샤넬 코코핸들'(핸들 장식의 플랩백) 디자인과 소재 등을 일부 변경한 후 기존 501만원(미디움 사이즈 기준)에서 550만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3월과 8월에도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각각 5%가량 올렸습니다 '예물 백'으로 특히 유명한 클래식 미디엄 플랩 백은 1239만원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가격과 비교하면 3년 만에 70% 넘게 오른 금액입니다. 샤넬은 지난해에도 네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 고객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 고객들. /연합뉴스
가격 인상 소식은 유명 커뮤니티와 명품 브랜드 셀러, 리셀러 등 다양한 샤넬 관련 이익집단으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이들로선 가격 인상 소식만 퍼져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샤넬 매장에선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해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리셀러들도 재고를 소진하고 리셀가를 띄워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잦은 가격 인상에 리셀 수요까지 넘쳐나 국내 시장에서 샤넬 실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238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을 올렸습니다. 각각 전년 대비 31.6%, 66.9% 급증한 수치입니다. 리셀시장에서도 맥을 못추던 샤넬 제품 가격이 최근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1100만원대로 떨어졌던 클래식 미디엄 플랩 백 리셀가가 1200만원대로 올라서면서 정가 이상의 호가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명품 커뮤니티나 매장 직원, 리셀러 등이 은근히 인상설을 부추기는 이유입니다. 한 명품 리셀업자는 "샤넬은 물론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워낙 가격을 자주 올리다 보니 언제든 인상설이 돌아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라며 "특히 해외발 소식이라면 소비자들이 쉽게 수긍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명품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인상설 대부분은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실제로도 샤넬이 1년에 4~5차례씩 가격을 올리니 연말쯤엔 한번 더 올릴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는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물론 실제 인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계적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명품 브랜드 구매 열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는 내년 초 제품 가격을 약 5∼10%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에르메스는 올해도 이미 4% 정도 가격을 올린 바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전통적으로 연초에 가격을 인상합니다. 통상 인상폭이 1.5∼2% 수준에 그쳤었지만 이번엔 평소보다 너댓배 가량 값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게 눈길을 끕니다.

루이비통과 롤렉스도 곧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롤렉스는 연초 주요 시계 모델 가격을 8~16% 가량 인상했습니다. 세계 4대 명품 보석 브랜드로 꼽히는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 13일자로 일부 제품 가격을 8~10% 가량 올렸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쇼메 역시 지난달 6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린 터라 샤넬도 곧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