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지난 15일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발화장소가 넓은 데다가 배터리의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초기 진화가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실이 소방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화재 당시 자동 화재탐지 설비가 정상 작동하면서 할로겐 가스 1천500㎏(50㎏짜리 30기)이 분사됐다.
그러나 자동소화설비 만으로는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이 보고서를 통해 발화 장소가 1천여평(약 3천300㎡)으로 넓은 데다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 성상 탓에 초기 진화가 곤란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 분리막이 파손되면 가스생성 및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인접 셀이 연쇄 반응을 하게 된다.
현장의 소방대원은 이런 이유로 불길을 잡는 것이 여의치 않자 연소 중인 배터리 모듈의 연결 전선을 해제하고, 주수소화(注水消火), 즉 물을 뿌려 연소물의 온도를 발화점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가연성 가스 생성을 억제해 진화에 성공했다.
화재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이 밖에 기본적인 화재 개요, 피해 현황, 시간대별 주요 활동 등이 담겼다.
소방당국은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배터리실의 약 40㎡가 그을음 등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 57랙(선반)과 납축전지 11랙 등의 동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나의 랙에는 여러 개의 배터리 모듈이 들어간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은 지난 17일 현장에서 배터리 모듈 1점을 수거해 정밀 감정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5일 화재 발생 이후 장기간 장애를 일으켰던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19일 SK 판교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복구 완료에 따라 대부분 정상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