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을 위한 뮤지컬 ‘마틸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 ‘천재 소녀’ 마틸다의 활약은 이번에도 매력 만점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역 배우까지 고루 호연을 선보이며 감동과 웃음을 자아낸다. 전 세계 1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다웠다.

연극·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가 제작하고 지난 5일 개막한 ‘마틸다’는 아동문학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로알드 달의 대표작이다. 영국의 명문 극단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마틸다’를 뮤지컬로 만들었고 영국 로런스올리비에상을 비롯해 미국 토니상 등 뮤지컬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주요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비영어권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초연됐다.

뮤지컬은 원작의 검증된 서사를 충실히 재현한다. 머리가 비상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천재 소녀 마틸다가 학대를 일삼는 부모와 학교 교장에게 당돌하게 맞서는 내용이다. 괴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트런치불 교장과 무식한 웜우드 부부 등 동화적 특성을 담은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어색하지 않게 살아 움직인다.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고 주요 배경이 학교인 만큼 아역 배우가 작품의 핵심이다. 주인공 마틸다뿐 아니라 같은 반 브루스, 라벤더, 토미, 앨리스, 나이젤, 아만다, 에릭 등 조연의 존재감도 고르게 부각된다. 아역 배우만도 20명에 이른다. 마틸다 한 명이었다면 러닝타임 160분이 이토록 다채롭긴 어려울 듯하다. 마틸다의 단짝 라벤더가 관객들에게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익살스럽게 소개하는 장면, 브루스가 책상 위에 올라가 마치 팝스타처럼 마이크를 들고 노래 부르는 장면 등에선 아역 배우들의 감초 연기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쉽지 않은 동작으로 이뤄진 ‘칼군무’가 딱딱 맞아떨어질 땐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쏟아졌다.

마틸다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재치 있는 대사와 연출이 아동 관객에게 순수한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성인 관객에게도 유치하지 않게 다가간다. 미스터 웜우드가 “독서는 가학적 행위”라고 말하는 장면 등에선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웃음꽃을 터뜨렸다.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감옥, 알파벳 블록을 쌓아가는 안무, 객석까지 활용한 동선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다만 공연장을 나와서 흥얼거릴 만한 노래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노래를 들었는데 이른바 ‘킬링 넘버’는 기억나지 않는다.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