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 역성장 돌아설 듯…반도체 단가 하락 등 영향
소비자물가 3.5% 전망…기준금리 3.75%까지 인상
"내년에도 환율 변동성 주의·부동산 낙폭 확대 가능성 커"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이 1.8%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내년에 고물가·고금리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확대돼 성장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연간 경제 성장률을 올해 2.6%, 내년 1.8%로 각각 전망했다.

연구소는 민간소비가 내년에 2.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는 서비스 소비 여력·해외여행 증가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 부채부담 증가, 자산 가격 하락 등으로 증가율은 올해 4.1%(추정)에서 둔화할 것으로 봤다.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1.4%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설비투자가 0.2% 줄어 올해에 이어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통관 기준) 증가율은 올해 8.5%에서 내년 -0.6%로 돌아설 전망이다.

글로벌 성장 둔화 흐름 속에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 품목들의 단가가 하락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영향이다.

연구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5.3%(추정)에 이어 내년에도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안정·경기 하방 압력 등으로 점차 둔화하겠으나, 러시아발 원자재 수급 불안, 서비스 가격의 하방경직성,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고물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유탁 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내년에 고물가(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와 성장 부진(성장률이 추세 성장률을 하회)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연 3.75%로 예상했다.

가계부채 부담 증대·경기둔화 우려에도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물가·환율 안정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대내외 추가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을 나타내면 시중금리는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도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단기금리는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 고점을 확인한 이후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금리는 경기침체 우려 속에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또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속에 내년 상반기 평균 1,400원을 나타내다가 하반기 1,34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내외 불안 요인들로 환율 변동성 위험은 여전할 것으로 봤다.

오현희 연구위원은 "수출 위축과 서비스 적자 확대, 대외 불확실성 심화 등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급등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증대되고, 매수심리 위축도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서진 수석연구원은 "금융 여건 악화 속에 과거와 달리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조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