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정 집행위원장 인터뷰…"개막작 '헌트' 금세 매진, 암표도 생겨"
"런던아시아영화제, 적자에도 한국영화 알리기 멈출 수 없죠"
"매년 적자였지만 관객이 늘어나고 영화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작년보다 나을 거란 희망이 생기니까요.

올해는 흑자 전환이 목표입니다.

"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2015년부터 매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 영화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를 런던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 영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지만 영국은 아직 불모지 같아요.

유럽 국가 중에서도 (한국 영화를 소비하기에는) 가장 척박한 환경이죠. 한국이 아닌 아시아영화제로 시작한 것도 보편성을 넓히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일종의 장치랄까요.

"
첫해 7편의 상영작으로 시작한 영화제는 런던 내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올해 영화제 측에 "런던시의 자랑스러운 보물"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적자에도 한국영화 알리기 멈출 수 없죠"
오는 19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12일간 진행되는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올해 한국영화 11편을 포함해 아시아 영화 50여 편을 선보인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영국 런던비평가협회와 함께 신설한 '아시안 필름 어워드'다.

전 집행위원장은 "협회 회원이 초청작을 심사해 상을 준다"면서 "이들이 아시아 신진 감독들의 수작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아시아 영화의 인지도가 굉장히 낮아요.

유명한 영화 전문지 편집장을 20년 넘게 지낸 분도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을 알고, 영화를 본 경험이 있어야 더 잘 보이잖아요.

아시아 영화를 보고 공부할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올해 영화제에서는 배우 이정재 특별전도 열린다.

이정재가 연출을 맡은 영화 '헌트'는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데뷔작 '젊은 남자'(1994)부터 '하녀'(2010)·'신세계'(2012)·'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 등 출연작이 상영된다.

이정재는 직접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올해는 게스트 섭외에 특별히 정성을 기울였어요.

이정재 배우뿐 아니라 임시완, 이정은 배우도 오고요.

홍콩 배우 구톈러(古天樂.고천락) 배우도 우리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런던 땅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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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헌트'의 경우 800석이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며 "암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영국에도 그런 게 있구나' 싶어 한참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적자에도 한국영화 알리기 멈출 수 없죠"
한국 영화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영화제에 대한 런던 시민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약진, 코로나19, 경제 위기 등 새로운 과제도 생겨났다.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 편수가 예년보다 줄어든 까닭이다.

"개봉 이후 바로 OTT 플랫폼으로 작품들이 옮겨가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어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반적으로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 편수도 많이 줄었고요.

또 최근 물가 상승으로 대관료 등 한 영화를 보여주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많이 오르기도 했어요.

내년에는 다시 기존 편수를 상회하는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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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결국 소통의 장"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영화제는 감정의 공유, 여행이라는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부분을 좀 더 강화해가고 싶어요.

내년에는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아 매달 다른 한국영화를 런던의 랜드마크에서 소개하려고 해요.

영국 시민들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영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