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선배였을 때 12%만 적극 대응…교수·교직원 가해의 절반
'폐쇄적 관계' 예체능 계열에서 대응에 더 소극적
"교수보다 두려운 선배"…인권침해 횡포에도 신고 더 꺼려
대학생이 선배로부터 회식 강요,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겪는 경우 가해자가 교수·교직원일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홍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경찰대학 범죄학 박사)이 최근 경찰학연구에 실은 논문 '대학생의 인권침해 및 폭력 피해에 대한 대응방식'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학생 중 가해자가 선배였을 때 12.4%가 가해자에 직접 대응하거나 신고했다.

가해자가 교수·교직원(26.3%)이거나 다른 학생(30.0%)이었을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인에게 의논한다는 소극적 대응은 가해자가 선배(56.5%)였을 경우가 교수·교직원(42.1%), 다른 학생(39.3%)이었을 때보다 높았다.

인권침해 가해자는 선배(47.3%)가 가장 많았고 교수·교직원(27.1%), 다른학생(23.7%) 순이었다.

홍 부연구위원은 "선배는 피해자의 사회적 연결망에 함께 얽혀있는 관계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가해한 선배를 직면 또는 신고하기에 어려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019년 9월 20일부터 3주간 전국 4년제 또는 2∼3년제 대학 학부생을 1천2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학 내에서 인권침해, 폭력 등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조사대상의 절반인 632명이었다.

피해 유형으론 회식 강요나 행사 동원 등 공동체성 강요, 성폭력·스토킹 등 성적 침해, 학습권과 연구권 침해 등이 꼽혔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학생 중 남성은 208명(32.7%), 여성은 424명(67.1%)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성별 분포(남성 39.0%, 여성 61.0%)를 고려할 때 여성 응답자가 인권침해에 조금 더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분포를 전공별로 보면 인문사회(42.8%), 자연·이공(30.8%), 예체능(13.8%), 치의학 계열(12.5%) 순으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전공 분포(인문사회 44.7%, 자연·이공 33.0%, 예체능 13.8%, 치의학 계열 8.5%)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예체능 계열은 다른 전공계열에 비해 피해자 중 가해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41.4%)이 많았다.

홍 연구위원은 "예체능 계열의 학과 내에는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대학 내 인권침해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 등과 같은 군대식 문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침해 대응과 관련된 지식수준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권침해의 유형과 대처 방안과 관련한 교육을 정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