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시작…액운 없애고 풍년 기원 "워∼우와∼"
15일 오후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無盡亭) 정자 주변에서 '함안 낙화놀이'가 시작되자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함안 낙화놀이는 매년 한 차례 '부처님 오신 날'에만 열리다가 올해는 빗발치는 요청에 이날 한 차례 더 열렸다.
낙화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제작한 숯가루를 한지로 돌돌 말아 만든 낙화에 불을 붙이는 민속놀이다.
숯가루가 불을 머금고 타는 장면은 장관을 연출했다.
함안낙화놀이보존위원회 관계자 10여 명이 2천300여 개 낙화 봉에 불을 붙이고, 점화 30여 분이 지나자 숯가루가 서서히 타면서 불씨가 꽃가루처럼 날리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낙화놀이 불꽃은 더 빛이 났다.
불꽃이 크고 화려하게 날리는 방향에선 환호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연인, 가족, 관광객과 사진 동호인들은 춤추며 날리는 불꽃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앞으로도 매년 2회 낙화놀이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며 "많은 관광객이 우리 군에서 좋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애초 1만 원 상당 소원지 작성을 사전에 신청한 관광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현장에는 미처 소원지 작성을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을 포함해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낙화놀이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특히 올해 방영된 KBS 드라마 '붉은 단심'에서 주인공 재회 장면 배경으로 나오면서 많은 이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한국판 불꽃놀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5월에 열린 제29회 낙화놀이는 방문자 증가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열린 제29회 낙화놀이에는 1만 5천여 명이 방문했다.
이는 과거 축제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행사는 함안군이 주최하고, 함안낙화놀이보존위원회와 아라가야협동조합이 주관했다.
1889년부터 4년간 함안군수를 했던 오횡묵이 쓴 '함안총쇄록'에는 1890년과 1892년 사월초파일에 함안읍성 전체에서 낙화놀이가 열렸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 시작된 함안 낙화놀이는 일제 강점기에 중단됐다가 1985년에 되살아났다.
액운을 없애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진행돼왔다.
경남 무형문화재 제33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