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LP 음반 발매
"음악은 떠난 사람도 불러오는 힘이 있어…죽는 순간까지 음악 할 것"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버려진 것들의 가치 알리고 싶어"
"작업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테이프를 다시 들었을 때, 마치 20년 전 처음 녹음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체험을 했어요.

"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의 전태관과 김종진이 스튜디오 안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 3월 정규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 발매 2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음반을 발매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해당 음반의 LP 버전을 공개했다.

2002년 발매된 음반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동명의 타이틀곡은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후유증을 겪는 국민들을 위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김종진은 "2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은 코로나로 인해 또다시 기운을 잃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래도) 이 음악을 들은 팬들이 지금까지도 '충분히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댓글을 올려주는 걸 보면 음악가의 삶을 택한 게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LP 음반을 낸 데 대해 "버려진 것들을 다시 꺼내서 수선해 우리가 즐길만할 문화로 만들어 제시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지속가능성의 수호자'로서 남겨지고 버려진 것들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목숨을 건 밴드였죠."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버려진 것들의 가치 알리고 싶어"
그는 디지털 음원이 주지 못하는 아날로그의 감동도 LP음반에 담았다고 했다.

"약간 부족한 음질은 듣는 이들의 상상력을 더하기에 좋지요.

그런 음악을 듣고 여유 있는 세상을 추구하는 과정에 진정한 음악 세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진은 이번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웃으며 헤어지던 날'을 꼽았다.

이 곡은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정재일이 콘트라베이스를, 김종진이 클래식 기타와 전자기타를 맡아 3개의 악기로만 구성된 연주곡이다.

김종진은 "3개의 악기가 차분하게 연주하니까 음악이 전부 다 들리고 그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보컬 겸 기타 김종진과 드러머 전태관으로 구성된 봄여름가을겨울은 1988년 데뷔 음반 '봄여름가을겨울'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수록곡 10곡 중 3곡이 연주곡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1집 수록곡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를 포함해 '어떤 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한국 밴드사에 한 획을 그은 곡으로 평가받는다.

김종진은 2018년 전태관이 암 투병 끝에 56세를 일기로 작고한 뒤 홀로 고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진은 "무대에 올라가면 아직도 전태관 씨가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음악은 떠난 사람도 다시 불러오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데 있고, 그건 예술가에게 더 없는 위안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을 인용하며 "가수 김현식이 병실에서 같은 환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줬던 것처럼, 저도 죽는 순간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