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의 유럽 순회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접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은 런던 및 암스테르담 공연 협연자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유럽투어 전인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김선욱은 벤스케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2017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이번에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진은숙의 ‘권두곡’과 시벨리우스의 ‘포욜라의 딸’,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도 들을 수 있다.
연극 - 일의 기쁨과 슬픔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극단의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이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다. 장류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30 직장인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다. 지난해 초연 당시 3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호평받아 올해 600석 규모의 M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공연한다. 초연부터 참여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까지 다양한 캐스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OTT 티빙 - '욘더'
‘왕의 남자’ ‘자산어보’ 등을 만든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이 SF물을 연출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이 감독의 첫 SF물 ‘욘더’가 14일 공개된다. 총 6부작으로 이 감독의 첫 번째 드라마다. 이야기는 재현(신하균 분)에게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 분)로부터 의문의 메시지가 오면서 시작된다. 아내는 재현을 죽은 자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로 초대한다. 삶과 죽음 등 묵직한 주제와 질문들로 몰입도를 높인다.
전시 - 백남준의 보고서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 작가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전시회를 연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센터가 올해부터 소장한 ‘걸리버’다. 길이 4m가 넘는 로봇 모양의 대형 설치작품으로,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해커 뉴비’ ‘꽃가마와 모터사이클’ ‘나의 파우스트: 자서전’ 등은 소장 기관 밖에서 처음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백남준이 쓴 문화 관련 보고서와 에세이 등이 함께 나와 있어 그가 가졌던 포부와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코엑스에서 작은 회사들한테도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문턱을 확 낮추겠습니다. 2층 공간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기존 산업 전시 뿐 아니라 아트쇼까지 가능하게 만들 예정입니다.”취임 8개월차를 맞은 이동기 코엑스 사장(사진)은 지난 4일 인터뷰를 통해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기존의 틀에 박힌 전시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엑스의 수익 모델은 전시장 임대료다. 하지만 전시장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임대료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는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공간의 리모델링과 콘텐츠의 강화를 제시했다. 이 사장은 “매년 코엑스에서 똑같은 전시만 하면 새로운 세대가 오지 않는다”며 “미래 산업트렌드에 따라 전시 콘텐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가장 먼저 공간의 혁신을 내세웠다. 코엑스에는 전시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대규모 전시장은 1년 내내 예약인데다, 작은 업체들에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층 공간을 단계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이 사장은 2023년까지 2400㎡ 규모의 전시 이벤트홀을 새롭게 만들 예정이다. 기존 노후됐던 공간이 미래 산업 트렌드를 선도 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 새로운 형태의 전시장이 새로 생겨나는 효과”라며 “소규모 전시도 가능하게 만들어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 산업 최정예를 모아 ‘마이스 어벤져스’도 만들었다. 지난 6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한국콘텐츠진흥원 등 8개 기관 산업 전문가를 ‘코엑스 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원회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전시회 발굴·유치 △전시회 경쟁력 강화 △국제회의·기업이벤트 유치·기획 등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된다. 전시장 임대 정책도 바꿔 신규 유망 전시도 적극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2024년부터는 신규 전시회도 기존 전시회와 같인 시기에 대관 신청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관행처럼 매해 열리는 전시들을 먼저 배정한 후, 남는 자리에 신규 전시를 배정 받았다. 전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빠듯하니 신규 전시들이 성장할 수 없었다. 이 사장은 “기존 전시도 자문위의 평가를 통해 낙제점을 받게 될 경우에는 배정에서 제외된다”며 “공정한 경쟁이 결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우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임기 초부터 초대형 글로벌 전시 이벤트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달 5일 막을 내린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는 4일 동안 7만 여명이 찾으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내년에는 기간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그는 “전시장을 찾은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가 굉장히 만족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코엑스 개최를 통해 ‘K마이스의 저력’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을 접목한 ‘K마이스 3.0 시대’도 준비중이다. 이 사장은 “일반 전시는 1년에 4일 밖에 못 열지만 메타버스 같은 가상 공간에서는 1년 내내 열 수 있다”며 “전시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의 연계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이준익 영화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사극이다. 역대 사극 영화 순위 3위에 빛나는 ‘왕의 남자’(2005)부터 ‘사도’(2014), ‘자산어보’(2021)’에 이르기까지 그는 유달리 사극을 선호했다. 이 감독은 이번에 대변신을 시도했다. 데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를 선보인 것도 모자라 장르마저 미래를 다루는 과학공상(SF)물이다.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오는 14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다.욘더는 모두 6회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3회분이 지난 6일 부산 소향씨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먼저 공개됐다. 이 감독은 SF물을 만들고 싶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드라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7~8년 전에 소설 <굿바이, 욘더>를 보고 영화로 만들려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실패했어요. SF물을 하기에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 접었죠. 자산어보까지 찍다 보니 조금 멀리 미래로 가봐야겠다 싶어서 욘더 작업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개봉이 힘들어져 OTT로 드라마를 내게 됐습니다.”드라마는 사망한 아내(한지민 분)에게서 의문의 메시지를 받은 재현(신하균 분)이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며 시작된다. 욘더는 죽은 자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세상을 떠난 아내는 욘더에 머물며 남편을 불러들인다. 기묘한 세계와 마주한 재현은 큰 혼란에 빠진다.생소하고 낯선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이 감독의 전작들과 꽤 닮았다. 이 감독은 전작에서 사건 자체보다 인간 군상에 집중했다. 다양한 사람의 모습에 인생의 의미를 물었다. 이번 작품은 SF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줘야 할지, 인간의 기억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학 기술은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등을 깊숙하게 파고든다. 이 감독은 말한다. “사극도 어떤 측면에선 SF와 비슷해요. 사극도, SF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니까요. 사극을 만들 때처럼 SF를 통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생과 사의 의미 그리고 가치관에 질문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SF물이지만 시간적 배경을 아주 먼 미래로 잡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원작 소설은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2032년에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제가 인위적으로 시기를 앞당겼어요. 너무 먼 미래라고 하면 뭔가 (비행물체 등이) 날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시각적인 요소들로 인해 관객이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가는 걸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10년 뒤로 잡았죠. 대신 어쨌든 미래니까 가상현실(VR) 기술, 두뇌 관련 기기 등이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작품에 적극 활용했습니다.”욘더는 티빙과 글로벌 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가 공동 투자했다. 티빙뿐 아니라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도 공개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조선 정조(1752~1800년)의 글과 글씨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다.수원화성박물관은 정조 탄신 270주년을 기념해 6일부터 내년 1월29일까지 특별전 ‘독서대왕 정조의 글과 글씨’를 개최한다. 정조는 ‘독서대왕’, ‘공부의 신’이라고 불린다. 어려서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왕위에 오른 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고,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정조는 글과 글씨를 여럿 남겼다. 국정 운영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가족과 신하에게 남긴 편지까지 다양한 형태의 글이 전해진다. 이를 망라해 만든 문집이 '홍재전서'로 184권 100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정조는 학문을 장려하고자 직접 책을 편찬하고, 활자를 만들어 다수의 서적을 출판·보급하며 조선후기 문예부흥을 이끌었다.수원화성박물관은 지난 10여년 동안 수집한 정조대왕의 글과 글씨를 엄선하고, 일부 유물은 대여해 특별전을 마련했다.전시는 △정조의 책 사랑 △정조의 글쓰기 △정조의 글짓기 등 크게 3개 주제로 구성된다.‘정조의 책 사랑’에서는 책을 향한 사랑이 유별났던 정조의 어린시절 독서와 관련된 일화, 정조가 소장하며 아끼던 책과 장서인(藏書印), 책가도(冊架圖) 병풍 등을 소개한다. 정조는 말을 배우면서부터 글자를 깨우쳤고, 자라면서 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정조의 글쓰기’에서는 세손 시절 글씨를 비롯해 왕실 가족과 신료들에게 써준 글씨를 볼 수 있다. ‘명필군주’인 정조는 글씨체가 웅건하고 장중하다는 평을 듣는다. 돌잡이로 붓과 먹을 집었다고 전해지는 정조는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해 두 살 때 이미 글자 모양을 만들었고, 서너살 때는 필획(筆劃)이 이뤄져 날마다 글쓰기를 놀이로 삼았다.‘정조의 글짓기’에서는 대표 유물인 '홍재전서' 100책을 전시한다. 독서로 글짓기의 기초를 다진 정조는 국가 경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담은 글을 많이 남겼다. 가족과 신하를 위해 지은 글도 많다. 학문정치를 추구했던 정조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다.수원화성박물관은 전시 연계 특강도 마련했다. 11월 22일에는 김문기 단국대 교수가 ‘학자군주 정조의 독서 이야기’ 강연을, 이튿날인 23일에는 오세현 경상대 교수가 ‘정조의 국정 운영과 문장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다. 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는 “조선후기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정조대왕은 수원화성을 축성하고 신도시 수원을 건설해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군주”라며 “이번 전시회는 학문정치를 추구했던 정조대왕의 삶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