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화 오가는 영화 '스칼렛'…감독 "주체적 여성상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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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서정성 짙은 로맨스
"우리는 우리 손으로 소위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영화 '스칼렛' 시작 문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은 황금빛 석양 속에서 현실과 동화를 오가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1차 세계대전 직후 고단한 발걸음으로 프랑스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로 돌아온 라파엘(라파엘 티에리 분)은 아내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갓난아기인 딸 쥘리에트(쥘리에트 주앙)를 처음 마주한다.
어쩐 일인지 마을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아들린 부인(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집에 신세를 지며 딸을 키우게 된 라파엘의 서사는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흘러간다.
라파엘은 아내 마리의 죽음 뒤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비밀에 분노하고 아파한다.
극의 분위기는 쥘리에트가 숲속에서 기묘한 여인을 만나 '하늘을 나는 진홍색 돛단배를 탄 왕자님을 만나게 될 것'이란 예언을 듣게 된 순간 반전된다.
어둠과 안개가 깔렸던 시골 풍경은 해가 저무는 황금빛에 물들고, 호숫가의 물은 조용하게 일렁인다.
쥘리에트가 호수에서 홀로 수영을 한 뒤 나무에 걸터앉아 고요하게 잠든 모습은 중세 유럽의 낭만적인 그림 한 폭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골의 조용하고 목가적인 풍경은 극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쥘리에트다.
쥘리에트는 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시선과 '마녀'라는 손가락질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아빠와 아들린 부인, 이웃집의 대장장이 부부와 또래 친구들과 아코디언과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단단한 지지는 쥘리에트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하게 만든다.
라파엘은 도시에 나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조차 쥘리에트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겠다며 선택권을 준다.
아들린 부인 역시 "어쩌면 네 안에 힘이 있을지 몰라", "늑대처럼 자긍심이 강해"라며 쥘리에트를 독려한다.
피에트로 감독은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칼렛' 기자회견에서 "아주 단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며 "아빠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배우 쥘리에트 주앙과 라파엘 티에리도 함께했다.
마르첼로 감독은 국내에서는 선박 노동자인 마틴 에덴이 상류층 여자 엘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 '마틴 에덴'(2019)으로 알려져 있다.
'스칼렛'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던 작품. 러시아 평화주의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단편소설 '스칼렛 세일즈'를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첫 문구 역시 원작에서 가져왔다.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에는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가 나오는데 촬영을 하면서 쥘리에트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쥘리에트는 '네가 소녀라면 소년보다 담대하라'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비행기를 타고 나타난 운명의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 키스한다.
쥘리에트를 연기한 배우 쥘리에트 주앙은 "원작에서는 시골에 사는 가진 것 없는 처녀가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쥘리에트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원작과 영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원작을 깨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강조한 데는 마르첼로 감독이 실제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담겨있는 듯하다.
쥘리에트는 배우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지만, 마르첼로 감독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원작을 보며 제 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며 "쥘리에트는 수동적으로 왕자를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고,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영화 '스칼렛' 시작 문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은 황금빛 석양 속에서 현실과 동화를 오가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1차 세계대전 직후 고단한 발걸음으로 프랑스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로 돌아온 라파엘(라파엘 티에리 분)은 아내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갓난아기인 딸 쥘리에트(쥘리에트 주앙)를 처음 마주한다.
어쩐 일인지 마을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아들린 부인(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집에 신세를 지며 딸을 키우게 된 라파엘의 서사는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흘러간다.
라파엘은 아내 마리의 죽음 뒤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비밀에 분노하고 아파한다.
극의 분위기는 쥘리에트가 숲속에서 기묘한 여인을 만나 '하늘을 나는 진홍색 돛단배를 탄 왕자님을 만나게 될 것'이란 예언을 듣게 된 순간 반전된다.
어둠과 안개가 깔렸던 시골 풍경은 해가 저무는 황금빛에 물들고, 호숫가의 물은 조용하게 일렁인다.
쥘리에트가 호수에서 홀로 수영을 한 뒤 나무에 걸터앉아 고요하게 잠든 모습은 중세 유럽의 낭만적인 그림 한 폭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골의 조용하고 목가적인 풍경은 극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쥘리에트다.
쥘리에트는 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시선과 '마녀'라는 손가락질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아빠와 아들린 부인, 이웃집의 대장장이 부부와 또래 친구들과 아코디언과 피아노 등을 연주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단단한 지지는 쥘리에트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하게 만든다.
라파엘은 도시에 나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조차 쥘리에트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겠다며 선택권을 준다.
아들린 부인 역시 "어쩌면 네 안에 힘이 있을지 몰라", "늑대처럼 자긍심이 강해"라며 쥘리에트를 독려한다.
피에트로 감독은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칼렛' 기자회견에서 "아주 단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며 "아빠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배우 쥘리에트 주앙과 라파엘 티에리도 함께했다.
마르첼로 감독은 국내에서는 선박 노동자인 마틴 에덴이 상류층 여자 엘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 '마틴 에덴'(2019)으로 알려져 있다.
'스칼렛'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던 작품. 러시아 평화주의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단편소설 '스칼렛 세일즈'를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첫 문구 역시 원작에서 가져왔다.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에는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가 나오는데 촬영을 하면서 쥘리에트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쥘리에트는 '네가 소녀라면 소년보다 담대하라'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비행기를 타고 나타난 운명의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 키스한다.
쥘리에트를 연기한 배우 쥘리에트 주앙은 "원작에서는 시골에 사는 가진 것 없는 처녀가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쥘리에트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원작과 영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원작을 깨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강조한 데는 마르첼로 감독이 실제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담겨있는 듯하다.
쥘리에트는 배우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지만, 마르첼로 감독의 딸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원작을 보며 제 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며 "쥘리에트는 수동적으로 왕자를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고,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