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로 무기 팔아볼까…" 美 민간 브로커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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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424억원 거래 추진한 현직 의사·리무진 기사 추적보도
우크라이나 군에 무기를 공급해 큰 돈을 벌려는 민간 무기 브로커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승인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데 따른 것으로, 국제 무기 밀거래 급증과 테러단체의 무기 입수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사는 전직 리무진 기사 마틴 즐라테프(45)와 현직 의사 헤더 기오르기예프스키(46)가 합작해 'BMI'라는 무기거래 중개업체를 설립하고 3천만 달러(424억 원) 규모의 거래를 추진한 사례를 들었다.
NYT에 따르면 불가리아 출신인 즐라테프는 작년까지 리무진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리무진 이용 고객이 급감한 가운데 기존 동업자와 사이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작년 12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오르기예프스키를 새로운 동업자로 삼아 세인트루이스 남서쪽 45km에 있는 소도시 유레카에 'BMI US'라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차리고 국제 무기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NYT는 이 회사의 주소가 총기 훈련 시설과 똑같은 곳으로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훈련 시설에서 일하는 강사는 "즐라테프가 이 곳 공간 일부를 임차해 쓰고 있으며 이는 미국 연방 법규상 일부 무기 거래상이 물리적 주소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NYT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서류들을 분석한 결과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가 총 7개국을 통과하는 경로를 거쳐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가 BMI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계좌에 2천500만 달러를 입금하면, BMI가 다른 중개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총탄 220만발을 항공편으로 폴란드로 보낸 후, 이 총탄을 트럭 기사들이 우크라이나로 운송토록 계획돼 있었다.
이와 별도로, BMI는 보스니아의 무기 생산업체로부터 대전차 로켓추진 유탄 발사기 540대와 박격포 22대를 구매한 뒤 이를 트럭에 실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하는 방안도 추진중이었다.
아울러 공대지 유도탄 900개를 불가리아에서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보내려는 계획도 세웠다.
합해서 약 500만 달러 규모인 보스니아와 불가리아 거래 시도는 두 나라의 무기 수출 금지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BMI는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보스니아와 불가리아 당국에 제출해서 무기의 최종 행선지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폴란드인 것처럼 꾸미려고 계획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계획은 BMI 측이 우크라이나 군의 무기 조달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 포함돼 있었다.
다만 BMI는 미국 국무부에는 이런 허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무기의 행선지를 우크라이나로 계획하고 있다고 사실대로 밝혔다.
NYT 기자가 즐라테프에게 찾아가 계약서 등 서류를 보여 주면서 무기 거래에 관해 묻자, 즐라테프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무기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료를 끝내고 퇴근하던 길에 NYT 기자를 만난 기오르기예프스키는 해당 무기 거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이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기 브로커들의 통상적 중개료 관행을 감안하면, 이 거래가 계획대로 추진돼 성사됐을 경우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는 200만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무기 거래에는 문외한이던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가 이렇게 국제 무기거래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절차 간소화'가 있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바이든 행정부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수억 달러 규모의 무기 민간 판매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원래 1주 걸리던 승인 절차가 몇 시간으로 단축돼 당일 승인도 가능해졌다.
올해 1∼4월 미국 국무부가 허가한 우크라이나 상대 무기 민간 거래의 규모는 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1 회계연도 전체에 걸친 해당 거래 허용 규모(1천500만 달러 미만)의 20배가 넘는다.
이런 민간 거래는 액수로만 보면 공식 채널을 통한 군사원조보다 규모가 현격히 작다.
미국 정부는 공식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등을 포함해 175억 달러 규모의 공식 군사원조를 했다.
하지만 민간 거래의 경우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고 무기의 행방을 추적할 방법이 없는 탓에, 불법 무기가 국제 암시장을 거쳐 대규모로 유통되고 결국 테러집단 등의 손에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무기 수출업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이며 미국 연방정부 국방 무역 자문단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는 올가 토레스는 최근 이 분야의 분위기를 '서부 개척 시대'에 비유하면서 "예전에 무기 판매에 관여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기회가 보인다'며 뛰어드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토레스는 텍사스의 한 비영리단체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려고 시도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한 브로커가 인도산 무기를 미국산으로 꾸며서 우크라이나에 판매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에 무기를 공급해 큰 돈을 벌려는 민간 무기 브로커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승인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데 따른 것으로, 국제 무기 밀거래 급증과 테러단체의 무기 입수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사는 전직 리무진 기사 마틴 즐라테프(45)와 현직 의사 헤더 기오르기예프스키(46)가 합작해 'BMI'라는 무기거래 중개업체를 설립하고 3천만 달러(424억 원) 규모의 거래를 추진한 사례를 들었다.
NYT에 따르면 불가리아 출신인 즐라테프는 작년까지 리무진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리무진 이용 고객이 급감한 가운데 기존 동업자와 사이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작년 12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오르기예프스키를 새로운 동업자로 삼아 세인트루이스 남서쪽 45km에 있는 소도시 유레카에 'BMI US'라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차리고 국제 무기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NYT는 이 회사의 주소가 총기 훈련 시설과 똑같은 곳으로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훈련 시설에서 일하는 강사는 "즐라테프가 이 곳 공간 일부를 임차해 쓰고 있으며 이는 미국 연방 법규상 일부 무기 거래상이 물리적 주소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NYT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서류들을 분석한 결과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가 총 7개국을 통과하는 경로를 거쳐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가 BMI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계좌에 2천500만 달러를 입금하면, BMI가 다른 중개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총탄 220만발을 항공편으로 폴란드로 보낸 후, 이 총탄을 트럭 기사들이 우크라이나로 운송토록 계획돼 있었다.
이와 별도로, BMI는 보스니아의 무기 생산업체로부터 대전차 로켓추진 유탄 발사기 540대와 박격포 22대를 구매한 뒤 이를 트럭에 실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하는 방안도 추진중이었다.
아울러 공대지 유도탄 900개를 불가리아에서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보내려는 계획도 세웠다.
합해서 약 500만 달러 규모인 보스니아와 불가리아 거래 시도는 두 나라의 무기 수출 금지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BMI는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보스니아와 불가리아 당국에 제출해서 무기의 최종 행선지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폴란드인 것처럼 꾸미려고 계획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계획은 BMI 측이 우크라이나 군의 무기 조달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 포함돼 있었다.
다만 BMI는 미국 국무부에는 이런 허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무기의 행선지를 우크라이나로 계획하고 있다고 사실대로 밝혔다.
NYT 기자가 즐라테프에게 찾아가 계약서 등 서류를 보여 주면서 무기 거래에 관해 묻자, 즐라테프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무기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료를 끝내고 퇴근하던 길에 NYT 기자를 만난 기오르기예프스키는 해당 무기 거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이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기 브로커들의 통상적 중개료 관행을 감안하면, 이 거래가 계획대로 추진돼 성사됐을 경우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는 200만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무기 거래에는 문외한이던 즐라테프와 기오르기예프스키가 이렇게 국제 무기거래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절차 간소화'가 있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바이든 행정부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수억 달러 규모의 무기 민간 판매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원래 1주 걸리던 승인 절차가 몇 시간으로 단축돼 당일 승인도 가능해졌다.
올해 1∼4월 미국 국무부가 허가한 우크라이나 상대 무기 민간 거래의 규모는 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1 회계연도 전체에 걸친 해당 거래 허용 규모(1천500만 달러 미만)의 20배가 넘는다.
이런 민간 거래는 액수로만 보면 공식 채널을 통한 군사원조보다 규모가 현격히 작다.
미국 정부는 공식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등을 포함해 175억 달러 규모의 공식 군사원조를 했다.
하지만 민간 거래의 경우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고 무기의 행방을 추적할 방법이 없는 탓에, 불법 무기가 국제 암시장을 거쳐 대규모로 유통되고 결국 테러집단 등의 손에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무기 수출업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이며 미국 연방정부 국방 무역 자문단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는 올가 토레스는 최근 이 분야의 분위기를 '서부 개척 시대'에 비유하면서 "예전에 무기 판매에 관여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기회가 보인다'며 뛰어드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토레스는 텍사스의 한 비영리단체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려고 시도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한 브로커가 인도산 무기를 미국산으로 꾸며서 우크라이나에 판매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