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센 총리, 불신임투표 피하려 선거 7개월 앞당겨
이른바 '밍크 스캔들'로 지지율 하락세를 탄 메테 프레데릭센(44) 덴마크 총리가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조기총선 실시를 선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는 총선을 올해 11월 1일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리는 좌우를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정부를 원한다"며 이를 통해 "불확실한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 영해에서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손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는 것은 이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덴마크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구성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가스를 유럽으로 전달하는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중 덴마크와 스웨덴 영해에 위치한 총 4곳이 지난 달 의문의 폭발로 파손되자 서방은 이를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공작)에 따른 것이라고 의심하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원래 예정된 퇴임을 7개월 앞둔 시점인 내달 총선을 치르려는 것은 2년 전 밍크 살처분 조치를 계기로 자리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11월 덴마크 정부는 밍크 농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되자 자국 내 밍크 1천700만 마리 전부에 대한 살처분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 덴마크의 경쟁력이었던 밍크 모피 산업이 초토화되고, 건강한 밍크를 죽이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추후 드러남에 따라 프레데릭센 총리는 거센 비판에 처했다.

2019년 덴마크 최연소 총리로 취임 이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비교적 잘 넘겨왔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온 프레데릭센 총리가 '밍크 스캔들'로 흔들리자 그가 속한 사회민주당 정권의 국정 파트너인 사회자유당은 조기 총선과 불신임 투표 중 양자택일을 압박했고, 그는 결국 조기 총선 쪽을 택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석 179석을 놓고 경쟁하는 내달 조기 총선에서는 여권과 야권 연합 사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이 주축이 된 좌파 진영의 지지율은 47∼50%로 자유당, 보수당 등으로 구성된 우파연합 지지율 49∼50%와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리쩌 통신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좌파 연합이 86석, 우파 연합이 85석을 차지해 1석 차이로 결과가 갈릴 것으로 예측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