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유연한 자세로 北 신뢰 얻고 외교력 발휘시 강력한 통합 동력 나와"
"'보편적 가치 기반, 원칙·실용 조화' 독일 역사, 한반도서 실현 희망"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대한민국에도 통용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베를린자유대 강연서 "원래 하나였던 것은 하나돼야"
독일을 방문중인 권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역사문화학부와 한국학과 새내기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북한이 준비중인 것으로 분석되는 1민족 2국가로의 이행과 관련, "북한식으로 두 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는 것은 결국은 통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북이 각각 추진 중인 통일방안으로 봤을 때 통일 가능성을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학계에서는 북한이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우리국가제일주의로 교체하는 정황이 보인다며 1민족 2국가로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제일주의라는 표현은 2017년 말 노동신문을 통해 처음 등장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에 결정적 공헌을 한 브란트 전 총리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을 때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된다(Es waechst zusammen, was zusammen gehoert)'라고 밝힌 바 있다.

권영세, 베를린자유대 강연서 "원래 하나였던 것은 하나돼야"
권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독일 통일 직후인 1992년 1년간 독일 연방 법무부에 파견돼 독일이 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한순간의 역사적 기회를 주저하지 않고 움켜잡을 수 있었던 독일 국민들의 용기와 결단이 참으로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독의 진보 정부와 보수정부가 힘을 모아 일관성 있게 발전시켰던 대동독 정책, 국제사회의 변화를 통일의 기회로 만들어 낸 외교 역량, 무엇보다 통일을 향한 의지를 끝까지 지켜낸 동서독 국민들의 하나된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대한민국이 가야할 미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영세, 베를린자유대 강연서 "원래 하나였던 것은 하나돼야"
그는 "특히 서독이 대동독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수와 진보간 초당적 협력을 이루는 과정을 매우 인상깊게 느꼈다"면서 "한국의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은 대북정책의 시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은 확고한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 때문에 북한의 신뢰를 얻어내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고, 진보정권은 유연하게 북한을 대하는 장점이 있지만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낼 외교적 역량이 부족해 북한과의 약속을 번번이 지켜내지 못하곤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수정권이 유연한 자세로 북한의 신뢰를 얻어내고 외교력을 발휘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견인할 때 가장 강력한 통합의 동력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과거 독일이 자유, 인권, 민주, 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원칙과 실용을 조화시킨 역사를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실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영세, 베를린자유대 강연서 "원래 하나였던 것은 하나돼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