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출간
작지만 우주보다도 광대한 미생물 이야기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에일리언을 피해 지구로 도망쳐 온 한 종족이 인류의 기원이 됐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화에서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이 종족은 인간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센 것으로 나온다.

이는 영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실제 인류의 공통 조상은 루카(LUKA)로 알려진 유기체 개체군이다.

루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인류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35억여 년 전 젊은 지구에 막 생명이 탄생했을 때 살았던 존재로 추정된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런 루카의 존재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생명은 흔히 식물·동물 등으로 이뤄진 진핵생물과 고세균, 박테리아(세균)로 나뉘는데 그중 진핵생물이 가장 늦게 생겨났다.

즉 루카에서 시작된 진화 과정에서 우선 박테리아와 고세균이 발달했고, 나중에야 고세균으로부터 진핵생물이 갈라져 나온 것이다.

루카는 단세포 생물로 유전암호와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리보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가 하나 혹은 여러 세포로 이뤄졌듯이 말이다.

작지만 우주보다도 광대한 미생물 이야기
독일의 인기 천문학자이자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로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가 미생물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갈매나무)를 통해서다.

프라이슈테터는 분자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책에는 100가지 종류의 다양한 미생물 이야기와 그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한 과학자들의 분투가 담겼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생물은 5만여 년 전 초기 인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주를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의 몸속에서 함께해 왔다.

인체의 신진대사와 건강에 깊숙이 관여했을 뿐 아니라 초콜릿, 치즈 등 다양한 음식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인류에 커다란 위협을 가했다.

천연두, 페스트,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고, 소의 몸에 서식하는 고세균은 메탄가스를 유발해 기후 온난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작지만 우주보다도 광대한 미생물 이야기
과학자들은 이런 음과 양이 함께 있는 미생물의 세계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사 배리 마셜이 대표적이다.

그는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이 균이 들어간 칵테일을 들이켰다.

자신을 직접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실험으로 그는 노벨상을 받았지만, 위궤양에 시달려야 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핵폐기물 감시자 역할을 하는 고세균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 당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곰팡이 사카로미세스 칼스베르겐시스, 치즈 맛을 결정하는 바이러스 락토코쿠스 파지 등 눈길 끄는 미생물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작지만 우주보다도 광대한 미생물 이야기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인간이 지구에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체 내에는 수십 조개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300조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있다.

이미 세균과 바이러스의 DNA는 인간 DNA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미생물은 코로나 같은 질병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소화를 돕고, 신진대사에 중요한 화합 물질을 조절하며 병원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기도 한다.

저자들은 "한 사람의 신체 안에 있는 세균 수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 개수보다 500배나 많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균의 총 개수는 관측 가능한 온 우주의 별보다 많다"며 "앞으로 지구 구석구석뿐 아니라 우리 인체 내부도 생물학적 모험의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유영미 옮김. 392쪽. 2만원.
작지만 우주보다도 광대한 미생물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