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하면 우울한 뇌'…국내 연구팀 이유 밝혔다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은 수면장애, 우울 증상이 곧잘 나타난다.

교대 패턴이 몸의 고유한 리듬(일주기 생체 리듬)을 방해해 수면 문제나 우울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뇌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한 뇌과학적 기전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이유진 교수팀과 삼성서울병원 김석주 교수팀 연구다. 연구팀은 60명의 교대 근무자와 61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해 과제 수행에 따른 뇌 활성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정서 정보처리 능력과 관련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LPFC)이 일주기 리듬 교란으로 인해 발생된 수면장애와 우울증상이 연관 있다고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단어가 나타날 때 단어 인쇄에 사용된 4가지 색상과 같은 색깔의 버튼을 최대한 빨리 누르도록 요청받았다(정서 스트룹 과제). 단어는 정서, 수면, 중립 단어였다.

그 결과, 교대근무군과 대조군 모두 반응 시간이 정서 관련 단어, 수면 관련 단어, 중립단어 순으로 길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정서와 관련된 자극이 인지적 간섭을 가장 많이 일으킨다는 것이고, 수면과 관련된 자극은 그 다음으로 인지적 간섭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과제 수행에 따른 뇌 활성화 정도를 fMRI로 비교 분석한 결과, 교대 근무자는 대조군에 비해 부정적 정서 단어에 대한 과제를 수행할 때 왼쪽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이 더 많이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교대 근무자가 부정적 정서를 처리할 때 대조군에 비해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교대 근무자의 수면장애와 우울증 발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뇌 영역을 제시했다”며 “추후 이 영역을 타겟으로 신경조절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교대 근무자의 수면장애와 우울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수면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y)저널 ‘수면(Sleep)’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