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회 앞서 공개한 문서에서 안전성·효과성 우려 제기
파트너사 스펙트럼 "결과 실망스러워…옵션 면밀히 평가할 것"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미국 신속승인이 불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이 약에 대해 신속승인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23일 한미약품 등에 따르면 미국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포지오티닙의 임상 데이터를 검토해 신속승인 여부를 논의한 결과, 9대 4로 포지오티닙이 환자에 주는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표결했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먹는 형태의 비소세포폐암 신약이다.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지난해 12월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약물의 적응증(치료 범위)은 치료 경험이 있고 국소 진행 및 전이성 'HER2 엑손(Exon) 20'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이다.

ODAC는 종양학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FDA의 자문위원회로, 항암제 등 유효성과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평가해 의견을 낸다.

포지오티닙은 현재 미국 FDA에서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단 ODAC의 FDA 권고안은 구속력은 없으며, 최종 승인은 FDA가 결정한다.

포지오티닙의 경우 FDA가 전문가 자문 등을 모두 검토해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오는 11월 24일까지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스펙트럼의 톰 리가 사장은 "폐암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치료법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ODAC의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오는 11월 24일까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을 면밀히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FDA는 ODAC 회의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공개한 자료에서 "포지오티닙의 임상 결과가 신속 승인을 받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한 바 있다.

포지오티닙이 기존에 허가받은 치료제와 비교해 유용성이 크지 않고, 복용한 환자의 상당수가 부작용을 겪었다면서 안전성도 우려했다.

또 약물 복용 후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이 28%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해당 자료가 공개했을 때부터 "포지오티닙은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라며 "유용성은 뚜렷하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ODAC의 결정에 대해 구속력이 없고, 최종 승인 여부는 FDA가 결정한다는 점 등을 들어 포지오티닙이 신속승인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ODAC의 표결에서 나온 의견과 FDA 허가 여부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회사는 고려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09부터 2022년까지 ODAC에서 부정적 의견을 냈는데도 FDA가 허가한 항암제가 67건 중 5건"이라며 "반대로 ODAC의 긍정 의견에도 FDA가 허가하지 않은 사례도 2건이 돼 의견 불일치 비율이 1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 MSD의 '키트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 등이 ODAC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가 허가를 내린 대표 사례다.

美FDA자문위, 한미약품 신약 포지오티닙에 "신속승인 권고안해"(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