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한 달간 전국 특강·간담회…안철수, TK서 당심 밭갈이
중진들도 당권 도전 가늠 중…용산 대통령실과 '케미'에도 주목
與 당권주자들 본격 몸풀기…'윤심·당심' 집중 공략(종합)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를 다시 띄우고 원내지도부를 교체하는 등 당 혼란을 수습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차기 당권주자 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공식화 한 김기현(4선·울산 남구을)·안철수(3선·성남 분당갑) 의원을 포함한 당내 중진 의원들이 당권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몸풀기'에 들어갔다.

원외인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도 사회관계서비스망(SNS) 메시지 등을 통해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인 차기 전당대회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당내에선 정기국회를 마친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권을 향한 1차 관문은 당심(黨心)이다.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당심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최근 행보도 '당심 표밭갈이'로 요약된다.

與 당권주자들 본격 몸풀기…'윤심·당심' 집중 공략(종합)
김기현 의원은 최근 한 달간 전남·대구·서울·제주·경기·부산 등을 오가며 당원 특강과 간담회 일정을 이어갔다.

김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미디어 개혁을 주제로 연 토론회엔 현역의원 40명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SNS에서도 연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윤석열 정부를 엄호하며 '대야 공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 가운데 당심에서 비교우위에 서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울산시장을 지낸데다, 현 지역구도 보수층이 밀집한 영남권이라는 점이 '당심 우위' 자신감의 이유다.

야당 시절 원내대표 바통을 이어받아 정권교체에 성공, 여당 원내대표로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점도 김 의원이 당원들에게 '어필'하려는 부분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뒤떨어지는 점은 김 의원으로선 고민거리다.

전당대회에서 일반여론조사 비중도 30%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민심이 압도적이라면 결국 당심도 민심을 추종하는 경향성도 있기 때문이다.

與 당권주자들 본격 몸풀기…'윤심·당심' 집중 공략(종합)
안철수 의원은 대구·경북(TK)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지만, '입당 경력'이 짧은 만큼 보수 정당에 뿌리를 내리는데 우선 집중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전날부터 연이틀 경북 영주·구미와 대구를 돌며 당심 다지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난 데 이어, 2020년 총선 직전 코로나19 의료 봉사를 했던 대구 동산병원도 다시 찾았다.

안 의원은 동산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봉사정신'과 '문제해결사'를 정치인과 의사의 정체성으로 꼽은 뒤, "정치인은 반드시 이 두 가지 정체성을 가져야만 정치할 자격이 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갖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까지 확장해 당원 만남에 '올인'할 방침이다.

안 의원은 당권 도전을 가시화하며 국민의힘을 '중도 실용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당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에 강점을 가진 자신이 당 대표에 적합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與 당권주자들 본격 몸풀기…'윤심·당심' 집중 공략(종합)
여기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도 차기 당권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집권 초 치러지는 첫 전당대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과의 '케미'가 당심은 물론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원내대표를 맡아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췄던 이력을 강조하고 있다.

안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기여했고 곧바로 인수위원장을 맡아 현 정부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 내 '지분'을 내세우고 있다.

중진의원들도 자천타천으로 당권주자로 거론되며 물밑에서 활동 공간을 조금씩 넓히는 분위기다.

비대위원장인 정진석(5선) 의원을 비롯해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4선) 의원도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정우택·조경태(이상 5선)·윤상현(4선) 의원 등도 당원 만남을 이어가며 당 대표 출마 여부를 가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권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과 소통이 활발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의 유력한 잠재주자로 꼽힌다.

원내대표 퇴임 이후에도 SNS를 통해 대야 공세 선봉에 서면서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여당 혼란상에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했지만, '정진석·주호영' 투톱체제를 주도적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중진들의 전당대회 출마가 가시화할 경우 주자 간 합종연횡과 계파 간 세 대결이 맞물려 당권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