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피해자 보호 위한 적극적 조치 필요"
보복범죄 하루 한건꼴…13%는 구속영장 기각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과 같은 보복 범죄가 매년 300건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보복범죄 건수가 434건으로 최근 수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81건으로 집계돼 2018년(268건), 2019년(294건), 2020년(298건) 등의 거의 한 해 치에 육박한다.

하루 한 건꼴로 범행이 발생한 셈이다.

주요 사례를 보면 올해 6월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고 두 차례 경찰에 신고한 데 앙심을 품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가 구속 송치됐다.

같은 달 전북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도박 신고를 한 피해자를 폭행한 피의자가 붙잡혔고, 올해 8월에는 폭행 신고를 한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를 들이대며 "사람들을 죽이고 나도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피의자가 입건됐다.

이들은 모두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올해 6월 충북에서는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특수협박 혐의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를 다시 마주치자 "신고해보라"며 위력을 행사한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처럼 보복범죄가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으나 피의자 구속영장 기각률은 여전히 10%를 웃돈다.

경찰은 작년 전체 보복범죄 가운데 88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 가운데 6건이 검찰에서 반려됐고, 6건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영장 기각률은 13.6%였다.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까지 합하면 수치는 14.5%로 상승한다.

현행법상 구속영장 발부 요건에 주거 불명확, 도주, 증거인멸 우려 등과 함께 보복 등 피해자를 해칠 가능성이 명시돼 있으나 참고 사항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모든 범죄에 보복범죄 위험성이 상존하는 만큼 더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속이나 유치장 유치 등 조치의 허들을 낮추려면 경찰·검찰만 나설 것이 아니라 판사들이 구속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경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보석 등을 통해 피의자 석방이 더 용이하도록 하고, 구속이나 유치가 교정 기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행동치료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도 한국피해자학회에 발표한 '보복범죄 방지와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속제도의 재설계' 논문에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장 측면에서 불구속 수사나 재판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맹목적이거나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자칫 피해자의 생명권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