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잡음으로 인근 중학교 졸업생들 2년 전부터 진학 기피
3학년 졸업하면 교직원 구조조정 우려…"학생들이 무슨 죄" 이사회 책임론
'남녀공학 불발' 광주 명진고 올해도 신입생 모집 비상
남녀공학 전환 계획이 불발된 광주 명진고가 올해도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교사 보복 해임과 부정·비리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2년 전부터 인근 중학교 졸업생들의 '명진고 진학 기피 현상'이 올해도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명진고 등에 따르면 광산구 소재 여학교인 명진고는 법인 전 이사장이 손규대 교사에게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문제 등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져 학교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신입생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226명 중 120명만 채웠다.

2022학년도엔 사태가 심각해져 정원 285명 중 51명 지원에 그쳤다.

명진고가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는 이유는 전 이사장의 금품 문제뿐 아니라 전 이사장 자녀들의 교감·교사 재직, 비리 등으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중학교 졸업생들이 고입 평준화 전형에서 명진고 진학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진고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고자 '극약처방'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으나, 시 교육청으로부터 최근 거부당했다.

시 교육청이 법인과 손규대 교사 간에 관계 개선이 되면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나 법인이 시 교육청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아 남녀공학 전환이 무산됐다.

이에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둔 학교는 비상이 걸렸다.

2년 연거푸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교원이 과원돼 기간제교사 16명이 학교를 떠났고, 정교사 30여명 중 4명이 순회 교사(인근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을 하는 교사) 신세다.

특히 현재 3학년 220여명이 내년에 졸업하고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3학년 전체 학생 수가 200명가량의 소규모 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교사 30여명 중 절반가량이 순회 교사로 인근 학교들을 전전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교직원들의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학교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이 무산되면서 교직원들이 허탈감에 빠졌다"며 "현재 3학년이 졸업하고 내년도 신입생 지원 규모가 2022학년도 수준에 그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모 고교 교사는 "학생 수가 적으면 내신 1, 2등급 확보가 쉽지 않고, 주요 대학들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블라인드)에서 소규모 학교는 농어촌 학교로 취급당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에 사는 중학생 학부모 김모씨는 "집 앞에 있는 명진고를 진학하고 싶어도 주변 학부모들이 만류하는 상황"이라며 "애꿎은 학생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고 지금이라도 남녀공학 전환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손규대 교사는 2018년 관할 교육청과 수사기관에 전 이사장이 채용을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고, 이로 인해 전 이사장이 배임수재미수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 교사는 이후 해임 처분됐다가 교원소청심사위를 통해 7개월 만에 복직했으나 학교 측의 '따돌림' 주장이 나오는 등 명진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