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7일(현지시간) 고금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연 2.25~2.5%인 기준금리를 내년 초까지 연 4%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75bp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9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높아져

美, 또 0.75%P?…Fed "금리 인상 못 늦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Fed 인사들이 7월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어느 시점에서 늦출 수 있다’고 말한 뒤 증시가 오른 것을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이어 “Fed 인사들은 9월 FOMC에서 75bp 올릴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뒤엎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몇몇 인사는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4%에 가깝게 올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놀랍지 않다”며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도록 통화정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도 연설을 통해 “내년 초까지 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려야 하며 내년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 내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리는 일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긴축을 계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한동안 통화정책은 긴축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금리를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날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FOMC 때 기준금리를 75bp 올릴 것으로 보는 확률은 80%에 육박했다. 한편 캐나다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25%로 75bp 인상했다. 캐나다 기준금리가 3%를 넘은 것은 2008년 4월 후 14년 만이다.

유가 내려 인플레이션은 완화

Fed 인사들은 시장을 달래려는 노력도 보였다.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매파적 주장만 내놓은 파월 의장과 다른 모습이었다. 메스터 총재는 “9월 FOMC에서 적절한 인상 폭을 결정하기 위해 FOMC 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본 뒤 긴축 속도를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공격적인 긴축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Fed가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양면적인 판단이 들어갔다. Fed는 베이지북에서 “7월 초 이후 미국의 경제활동은 거의 변화가 없다”면서도 “성장 전망은 여전히 약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는 여전히 상승 중”이라면서도 “12개 관할 구역 중 9곳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5.7% 떨어진 배럴당 81.94달러로 마감했다. 올 1월 11일 후 가장 낮은 종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11월물 브렌트유도 7개월 만에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뉴욕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 올랐다. S&P500지수는 1.83%, 나스닥지수는 2.14% 상승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