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유상록 포티우스파트너스 파트너
[마켓PRO] "'태조 이방원'에 가려진 구조적 성장주 주목할때"

7월 초를 저점으로 약 10% 반등했던 KOSPI는 8월 중순 이후 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 위원들이 물가 안정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고,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즉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후 상당기간의 유지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다수의 굴곡이 존재하는 매크로 환경을 감안할 때 주가가 반락없이 계속해서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화정책 관련 우려 요인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통화정책 관련한 우려로 꼽히는 것들을 보면 첫째는 9월 말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플레이션 상승이 정점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발표될 물가 지표가 하향되는 국면에서 연준이 정말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혹 중립금리 수준에 빠르게 접근한다는 명분으로 75bp를 인상하더라도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폭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23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언급되는데, 그러한 기대가 정말 컸을지는 좀 의문이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기침체를 빠른 시기에 겪어야 할 텐데, 그러기엔 아직 미국의 고용과 소비 등 경제지표가 괜찮은 편이다. 또한 상당한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금부터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빨라 보이기 때문이다.

기본 시나리오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경기둔화를 겪는 것이라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이는 물가 안정화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고, 빠른 안정화를 원하는 연준 위원들의 강경 발언이 주식시장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약하고 기간 조정을 야기하는 것이지,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1. 9월 FOMC 기준금리 확률(인상폭) 변화 추이
[마켓PRO] "'태조 이방원'에 가려진 구조적 성장주 주목할때"
자료: CME, 유진투자증권

박스권 속에서 우상향 전망

결국 통화정책 관련한 우려가 불거지며 주식시장이 가격 조정을 받으면 주식 비중을 늘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물가 상승률이 재차 반등할 가능성은 낮으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 역시 둔화될 것이다. 일정 수준의 경기둔화는 오겠지만, 지금의 주식시장은 그러한 상황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매크로 관련 제반 여건이 완만하게 안정되면서 주식시장은 박스권 흐름 속에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주식시장 하락을 우려하는 주장의 근거로 극심한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둔화가 꼽힌다. 극심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미중 갈등 심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확전, 유로존의 분열 등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10월 중순 중국의 전국대표대회(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 11월 초 미국의 중간선거, 겨울철 유럽 에너지 공급 상황 확인 이후에는 매크로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실적은 소프트웨어, 증권, 화학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향조정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 실적 부진이 확인이 되면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빨라지는 선반영 효과

기업의 실적 둔화가 현재의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지를 가늠하기 전에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는 소위 시클리컬(Cyclical) -업황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순환하는-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 된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화학, 철강, 조선, 운송업종 등이 예이다. 경기에 따른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은행, 증권, 건설 등도 시클리컬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러한 주식은 업황이 좋아지는 시점에 매수해서 나빠지는 시점에 매도하면 될 것이다.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과거 업황의 역사를 돌아보고, 업황의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산업 지표들을 분석하고 기업의 밸류에이션 지표도 비교하면서 투자 시점을 정한다. 장부가 대비 기업가치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니 매수하라거나, 높은 PER(이익 대비 기업가치)에 매수해서 낮은 PER에 매도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곡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나빠지기 어려운 시점부터 일찌감치 매수하는 투자자도 있고, 반대로 더 좋아지기 어려운 시점부터 과감하게 매도하는 투자자도 있다.

근래에 들어서 주식시장의 참여자, 특히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나고 투자 원칙도 다양해지면서 투자 판단 시점이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저금리 환경에서 장기적인 방향에 따른 투자 결정에 익숙해진 영향도 있을지 모르겠다. 기업실적은 좋아지는데 언젠가 찾아올 고점을 미리부터 염려하여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무르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하락 전환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시기부터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후 경기는 나쁘지 않았고, 기업실적도 견조한 편이었지만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고평가된 주식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당연한 일이지만, 유형자산을 바탕으로 견조한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상승 전환 국면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매크로 환경이 안정되고 기업실적의 둔화 폭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는 시점에는 오히려 져평가 기업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그림2. 국내 시클리컬 대표기업의 밸류에이션 지표
[마켓PRO] "'태조 이방원'에 가려진 구조적 성장주 주목할때"
가격 조정 시 대형주 중심의 매수 추천

연말까지는 다양한 잡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 매수보다는 가격 조정 시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대형 우량주가 가장 편안해 보인다. “태조 이방원”에 가려진 구조적 성장 영역(VR/AR 생태계 확장, 세포치료제 등 성장 가시성이 높은 바이오 등)에서도 매수 기회를 찾을 할 만하다. 반면 앞으로도 가파른 금리상승 여파를 맞이해야 할 영역(금융, 건설 등)과 시장지배력이 낮으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