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스와티니 갈대댄스 축제 '자부심 넘치는 젊은여성 연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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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유일 왕정의 최대 전통축제…2천명 넘게 가슴 드러내며 행진하고 춤춰
"그동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집에만 주로 갇혀 지내다가 여기 와서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춤추고 행진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
5일(현지시간) 오후 에스와티니 로밤바의 루지지니 왕궁에서 열린 '2022 갈대 댄스 축제'에 2천 명이 넘는 젊은 여성들이 모여 대체로 가슴을 드러낸 채 수십∼수백 명씩 차례로 서서히 행진하며 춤을 췄다.
이들은 짧은 비즈 치마 등에 컬러풀한 띠로 상반신을 감싸고, 발목에는 소리 나는 나무 열매를 달아 리듬감 있게 발을 구르며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또 '국왕 폐하가 소집했는데 나는 늦었네'라는 내용의 노래 후렴구 등을 현지 스와티어로 선창자의 인도에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에스와티니는 국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아프리카 유일의 절대 왕정으로, 갈대 댄스 축제는 대륙에서 가장 큰 전통 축제 가운데 하나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날 행사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내외국인이 모였고 '움흘랑가'라고 불리는 이 축제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레소토 등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왔다.
또 여경, 여군 등 직군도 참가했다.
축제는 지난 8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으며 국왕 음스와티 3세가 참관한 이날이 하이라이트였다.
남반구인 이 나라는 초봄인데도 이날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를 기록한 가운데 본행사는 오후 3시가 좀 넘어 시작해 약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축제의 유래는 전국의 처녀들이 모여 왕궁 근처에서 큰 갈대를 베어다가 모후에게 바쳐 왕궁 방풍을 위한 담을 수리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번 축제 기간에도 전날 처녀들이 갈대를 베어다가 모후에게 갖다 바쳤으며, 이날 국왕이 나와 감사하고 갈대를 벤 칼을 든 젊은 여성들은 기쁨의 행진과 역동적인 댄스를 벌였다.
과거에는 축제 동안 국왕이 왕비를 간택하기도 했으나, 수년 전부터는 주로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연대감 속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전통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음스와티 3세는 현재 공식적으로 15명의 아내가 있다.
수년 전만 해도 4만 명 이상의 처녀들이 모였다고 하나 올해는 팬데믹 이후 첫 행사인데다가 지난해 일어난 국왕에 대한 민주화 요구 시위 때문이어서 그런지 참가자가 대폭 줄었다.
그래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원래 갈대 축제는 처녀성과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자리다.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듯한 개념이긴 하지만, 에스와티니는 이를 매개로 전통문화를 즐기고 젊은 여성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장으로 삼았다.
참가 연령도 걸을 수 있는 3세 이상부터 약 40세 정도까지 미혼 여성으로 넓히고, 가족 단위로 행사장에 온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상당했다.
독일에서 구경 온 스반체(20·여)는 "여기 오기 전에는 반라의 여성들이 춤을 추고 처녀성을 얘기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직접 와서 보니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런 문화를 스스로 즐기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연합뉴스와 즉석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함께한다는 데서 만족감을 보이면서 "순결을 지키기로 하고 국왕에 대한 존중을 갖게 됐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자신을 발렌타인(24)이라고 밝힌 여성은 다이애나(25), 프레셔스(24)와 함께 "여기 와서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친구가 됐다"면서 서로 껴안고 "우리는 인생의 절정인 청년 연령대에 있는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음스와티 3세는 이 자리를 빌려 외교사절단을 한 명씩 접견하고 행사 참가자들 사이를 주변 측근들과 함께 전통 복장으로 10분 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허리를 숙여 차례로 감사를 표시했다.
줄지어 선 참가자들은 국왕이 바로 앞에 오자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다.
음스와티 3세는 모처럼 대외 행사에서 일반 국민과 함께했다.
앞서 팬데믹 속에 지난해 6월 총리를 의회에서 선출하게 해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국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유혈 시위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찰 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서고 이중삼중으로 소지품 검사를 했다.
이전 행사 때는 이러지 않았다고 김한기 에스와티니 한인회장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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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오후 에스와티니 로밤바의 루지지니 왕궁에서 열린 '2022 갈대 댄스 축제'에 2천 명이 넘는 젊은 여성들이 모여 대체로 가슴을 드러낸 채 수십∼수백 명씩 차례로 서서히 행진하며 춤을 췄다.
이들은 짧은 비즈 치마 등에 컬러풀한 띠로 상반신을 감싸고, 발목에는 소리 나는 나무 열매를 달아 리듬감 있게 발을 구르며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또 '국왕 폐하가 소집했는데 나는 늦었네'라는 내용의 노래 후렴구 등을 현지 스와티어로 선창자의 인도에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에스와티니는 국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아프리카 유일의 절대 왕정으로, 갈대 댄스 축제는 대륙에서 가장 큰 전통 축제 가운데 하나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날 행사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내외국인이 모였고 '움흘랑가'라고 불리는 이 축제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레소토 등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왔다.
또 여경, 여군 등 직군도 참가했다.
축제는 지난 8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으며 국왕 음스와티 3세가 참관한 이날이 하이라이트였다.
남반구인 이 나라는 초봄인데도 이날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를 기록한 가운데 본행사는 오후 3시가 좀 넘어 시작해 약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축제의 유래는 전국의 처녀들이 모여 왕궁 근처에서 큰 갈대를 베어다가 모후에게 바쳐 왕궁 방풍을 위한 담을 수리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번 축제 기간에도 전날 처녀들이 갈대를 베어다가 모후에게 갖다 바쳤으며, 이날 국왕이 나와 감사하고 갈대를 벤 칼을 든 젊은 여성들은 기쁨의 행진과 역동적인 댄스를 벌였다.
과거에는 축제 동안 국왕이 왕비를 간택하기도 했으나, 수년 전부터는 주로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연대감 속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전통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음스와티 3세는 현재 공식적으로 15명의 아내가 있다.
수년 전만 해도 4만 명 이상의 처녀들이 모였다고 하나 올해는 팬데믹 이후 첫 행사인데다가 지난해 일어난 국왕에 대한 민주화 요구 시위 때문이어서 그런지 참가자가 대폭 줄었다.
그래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원래 갈대 축제는 처녀성과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자리다.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듯한 개념이긴 하지만, 에스와티니는 이를 매개로 전통문화를 즐기고 젊은 여성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장으로 삼았다.
참가 연령도 걸을 수 있는 3세 이상부터 약 40세 정도까지 미혼 여성으로 넓히고, 가족 단위로 행사장에 온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상당했다.
독일에서 구경 온 스반체(20·여)는 "여기 오기 전에는 반라의 여성들이 춤을 추고 처녀성을 얘기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직접 와서 보니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런 문화를 스스로 즐기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연합뉴스와 즉석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함께한다는 데서 만족감을 보이면서 "순결을 지키기로 하고 국왕에 대한 존중을 갖게 됐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자신을 발렌타인(24)이라고 밝힌 여성은 다이애나(25), 프레셔스(24)와 함께 "여기 와서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친구가 됐다"면서 서로 껴안고 "우리는 인생의 절정인 청년 연령대에 있는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음스와티 3세는 이 자리를 빌려 외교사절단을 한 명씩 접견하고 행사 참가자들 사이를 주변 측근들과 함께 전통 복장으로 10분 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허리를 숙여 차례로 감사를 표시했다.
줄지어 선 참가자들은 국왕이 바로 앞에 오자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다.
음스와티 3세는 모처럼 대외 행사에서 일반 국민과 함께했다.
앞서 팬데믹 속에 지난해 6월 총리를 의회에서 선출하게 해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국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유혈 시위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찰 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서고 이중삼중으로 소지품 검사를 했다.
이전 행사 때는 이러지 않았다고 김한기 에스와티니 한인회장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