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위탁매매 중심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 들어 기업공개(IPO) 독립 본부를 만들고 전문인력을 수혈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 IB 부문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IPO부문 실적 개선 주도

신한금융투자는 전통적인 IB 영역인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역량 강화를 목표로 조직개편과 인력확충에 박차를 가했다. 연초 글로벌 투자은행(GIB)그룹 산하에 독립된 IPO본부를 마련했다. 기존 기업금융본부 산하 부서였던 IPO1·2·3부는 IPO본부에 편제했다. 전문적으로 IPO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력을 다수 영입하며 투자명가 재건에 속도를 더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월 GIB 총괄 각자대표 사장으로 김상태 전 미래에셋증권 IB총괄을 임명했다. 김 사장은 30년 넘게 IB 업무를 담당한 ‘IB통’이다. 김 사장에 이어 NH투자증권에서 ECM 부서장을 역임했던 IPO 전문가 서윤복 상무도 IPO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즉각적인 성과로 연결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난이도가 높은 IPO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투자명가 재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국내 IPO 역사상 최대어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을 공동주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상장철회가 잇따르는 IPO 시장에서도 퓨런티어, 세아메카닉스, 위니아에이드 등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지난 5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 CNS 상장 공동주관사로 선정됐다. 이달 30일 상장을 앞둔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WCP)도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다. 더블유씨피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높은 수수료와 지분차익까지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DCM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수출입은행 공모 달러채발행 주관사로 선정됐다. 한국가스공사 외화채주관에 이어 유의미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지난해 수출입은행 달러·유로화 채권 주관사로 첫 한국물 공모 시장에 진입한 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부동산금융도 존재감 커져

부동산금융에서도 ‘메가딜’을 잇달아 성공하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월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 담보대출을 단독으로 주관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 주요 도심지에 교통 편의성과 업무 인프라를 고루 갖춘 ‘트로피에셋(독보적 투자자산)’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연달아 성공시켰다. 지난 2월과 7월에 각각 죽전 데이터센터와 가산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PF대출을 단독주관했다. 죽전 데이터센터는 분당과 판교에 있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트래픽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산 데이터센터는 서울 전역의 글로벌 IT업체나 대기업 등 다양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다.

올 상반기 부진한 증시 환경에서도 신한금융투자 IB 부문 실적은 예년을 웃돌았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투자 GIB 그룹의 수수료 수익은 1747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7.7% 증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서, 계열사인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운용 등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업종 간 장벽을 뛰어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 협업모델인 GIB 매트릭스 체계를 기반으로 자본시장 마켓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FNA(신한은행 연계 증권계좌)및 글로벌 FNA, 그룹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공동마케팅 등 새로운 시너지 분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B 분야의 성장을 통해 수익 상승뿐만 아니라 종합자산관리(WM)와 연계한 법인 생태계 구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IB 사업 육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WM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