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메시나대교 건설" vs 조르자 "해상 봉쇄로 불법이민 차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는 한껏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가 하면 멜로니 대표가 살비니 대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자 살비니 대표는 한쪽 손으로 멜로니 대표의 어깨를 감쌌다.

둘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동부 메시나에서 지중해를 배경으로 마치 한 쌍의 연인과 같은 포즈로 기념촬영을 했지만 곧이어 불화설이 터져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중도 우파 연합을 이끄는 두 기둥인 멜로니·살비니 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거의 모든 안건을 두고 대립했다.

살비니 대표는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반도를 연결하는 메시나대교를 재추진하자고 멜로니 대표에게 제안했다.

그러자 멜로니 대표는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하자며 주제를 바꿨다.

멜로니 대표는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해상 봉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메시나 해협을 관통해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반도를 잇는 메시나대교 건설은 우파 진영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오랜 논의 끝에 2009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곧이어 닥친 금융위기와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이 계획은 2013년 백지화됐다.

멜로니 대표는 살비니 대표가 꺼낸 첫 주제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건 살비니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살비니 대표는 "해상 봉쇄는 필요하지 않다"고 곧바로 반박하며 "보안 법규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멜로니 대표는 최근 아프리카인 불법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각자는 물론 서로 속한 정당의 최대 역점 과제가 일언지하에 거절된 데 따른 당혹감은 컸다.

둘은 불과 25분 정도 회동한 뒤 기념촬영에 임했다.

회동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도 우파 연합의 분열 양상을 다룬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살비니 대표는 둘이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둘이 밀착해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멜로니 대표는 사진을 올리지 않았고, 리트윗한 뒤 "분열 의혹을 제기한 좌파 진영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고 짧게 댓글만 달았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실각으로 9월 25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l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4.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PD)이 22.7%로 그 뒤를 잇고 있고, 살비니가 대표인 동맹은 13.8%로 지지율 3위다.

Fdl, 동맹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를 세 축으로 한 중도 우파 연합은 현재 지지율 48.5%로 중도 좌파 연합(29.5%)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총선 승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에선 중도 우파 연합이 겉으로는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안으로는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며 주요 정책에서 큰 간극을 드러낸 멜로니·살비니 대표의 이번 회동을 그 증거로 간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