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군 "도 대책 보면서 대응"…道 "발행·혜택 줄일 수밖에"
정부가 30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비 지원이 끊기면 지역화폐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나 발행 규모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지역화폐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일선 시군들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비 및 도비 지원금과 자체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사용자들에게 일정 비율의 할인 혜택(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10%의 인센티브를 주는 지자체의 경우 1만원을 내면 1만1천원을 카드형 지역화폐에 충전시켜 주는 방식 등이다.
정부의 해당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일부 시군의 경우 발행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대부분 시군이 인센티브 비율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기존 10%이던 인센티브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6%로 줄였더니 해당 기간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사용률도 절반가량 감소했다"며 "내년부터 국비 지원이 끊겨 혜택이 줄면 지역화폐 사용률도 덩달아 감소해 수원페이 사용처인 영세 사업장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원페이 사용처인 '연 매출 3억원 미만 사업장'은 수원 관내 도소매 업소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4월 발행을 시작한 수원페이의 연도별 발행 규모는 2019년 130억원, 2020년 1천600억원, 2021년 3천120억원으로 매년 급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수원시는 일단 경기도 차원의 대책이 나오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자체 예산까지 추가로 편성해 지역화폐 할인 판매에 '캐시백 25%' 혜택까지 주기로 한 평택시는 고민이 더 크다.
올해 말까지는 기존 계획대로 혜택을 이어나갈 예정이나 내년부터는 예산을 어떻게 편성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지역화폐 충전액의 10% 인센티브 혜택을 위해 배정한 예산 160억원(국비 40%, 도비 40%, 시비 20%) 중 아직 절반 정도가 남아 있어 연말까지는 10% 할인 혜택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시는 최근 조례까지 개정해 110억원의 자체 예산을 추가 편성, 충전액의 25%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소비지원금' 사업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국비 지원이 끊긴다면 지역화폐 관련 사업 전반의 정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정말 좋은 수단이었는데 갑자기 국비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이 문제는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가 소상공인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새 시 예산 부담이 1.5배 증가한 안양시는 내년 국비 지원이 끊기면 시 부담이 더 커져 지역화폐 발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안양시는 지난해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139억원을 국비 88억2천만원, 도비 25억4천만원, 시비 25억4천만원으로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총 168억원을 국비 54억4천만원, 도비 50억4천만원, 시비 63억2천만원으로 충당했다.
시 부담액이 1년 새 2.5배로 증가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민들은 그동안 받아온 할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랄 것"이라며 "내년부터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경기도나 시가 더 부담해야 하는데 시가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인시도 이날 오전 정부 예산안 발표 기사를 접하고는 경기도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내년 예산을 어떻게 책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국비 지원 예산이 끊기면 일단 도비나 시비 부담이 늘더라도 적정선까지는 할인 혜택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성남시 관계자도 "내년에 국비 지원액이 전액 삭감되면 지역화폐 발행 규모 축소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리 시의 내년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도비 분담 협의를 거쳐 10월 말께 윤곽이 나올 걸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일선 시군이 이같이 경기도의 대응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나 도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올해 지역화폐 총 발행 규모는 4조9천992억원으로 전국 17조5천억원의 28.5%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발행 규모가 가장 크다.
경기도 지역화폐 발행액은 2019년 5천612억원에서 2020년 2조8천519억원, 지난해 4조7천421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지역화폐 할인 혜택 및 발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체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할인 혜택을 줄이면 지역화폐 이용이 줄 수밖에 없다"며 "지역화폐는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를 진작시켜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고 정부 세수도 증가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정부 측에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조522억원이던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올해 6천50억원으로 줄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