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가 골목길 담 밑에 똥을 누고 갑니다. 다들 강아지똥을 보고 더럽다고 피합니다. 놀리거나 구박하기도 하죠. 강아지똥은 자신이 더럽고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봄비 내리는 어느 날, 강아지똥은 민들레 싹을 만나 자신이 민들레가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서 강아지똥은 기쁜 마음으로 민들레 싹을 와락 껴안으며 민들레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된답니다.
<강아지똥> 저 자 권정생 출판사 길벗어린이 *관련교과 초3 도덕 6.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 여러분은 강아지똥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적 있나요? 책에 나오는 민들레가 아니라면 대부분 강아지똥을 더럽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은 올여름 강아지똥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답니다.
이번 여름에 선생님은 ‘다솜이’라는 강아지를 만났어요. 다솜이는 5~7세 정도로 추정되는 푸들이에요. 철창에 갇혀 새끼를 낳고 빼앗기는 학대를 반복해서 당하다가 극적으로 구조돼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죠.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는 여러 가정에서 임시 보호를 받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도록 훈련하는데, 마침 선생님이 다솜이의 임시 보호를 맡게 된 거예요.
다솜이는 학대를 당해서 그런지 선생님 집에 처음 왔을 때 인형처럼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어요. 전에 다솜이를 임시 보호했던 분에게서 다솜이가 좀처럼 먹지 않고 배변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은 무척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던 다솜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우선 가만히 있던 녀석이 어느 순간 경계를 풀고 거실을 조금씩 돌아다니더라고요. 사람처럼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자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편안함을 느껴서 그런 거래요. 배변도 곧잘 했답니다. 하루는 다솜이가 배변 패드 여기저기에 대여섯 덩이의 똥을 쌌더군요. 똥을 보면서 더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다솜이가 건강을 되찾는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고마웠답니다.
다솜이를 돌보면서 입양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어린 강아지는 쉽게 입양되지만 다솜이처럼 나이가 든 반려견은 잘 입양되지 않기에 불쌍했죠. 그러나 입양은 마음만 앞서서 될 일이 아니에요.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여러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다솜이의 입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행히 최근에 좋은 분들이 다솜이를 입양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다솜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