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야 대표단도 바티칸 현지에서 서임 축하
갈채받은 유흥식 추기경, 축하 줄은 끝이 없었다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된 유흥식 라자로(70) 추기경을 축하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끝없이 이어졌다.

유 추기경은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거행된 서임식을 마치고 사도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추기경이 별도의 공간에서 가족, 친지, 순례자들과 만나 추기경 서임을 축하받는 시간이다.

추기경의 상징인 빨간색 비레타(각진 모자), 추기경 반지를 착용하고 한국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뤄졌으면 이뤄진 대로 살아야 한다"며 "살려면 잘 죽어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주어진 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제일 중요한 숙제"라며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 최초의 신부인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닮은 사제로 살겠다는 의지를 누누이 밝혀왔다.

죽을 각오로 하겠다는 유 추기경의 말은 순교자의 길을 걷겠다는 각오로 추기경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갈채받은 유흥식 추기경, 축하 줄은 끝이 없었다
유 추기경의 인터뷰는 자주 끊겼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콩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상귀 추기경과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유 추기경과 포옹하며 유 추기경의 서임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유 추기경은 로마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덕분에 교황청 내 인맥이 상당하다.

더욱이 그의 소탈하고 수수한 면모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에 유 추기경은 축하 인사에 답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유 추기경이 지난해 6월부터 장관으로 봉직한 교황청 성직자부 직원들은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뒤 유 추기경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성직자부 직원들이 장관이라는 직책 대신 '돈 라자로'(라자로 신부님)라고 부르며 친밀하게 따른다는 말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정부·국회 대표단과도 인사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오늘 오후에 교황님을 뵙고 윤석열 대통령님 서한을 전달했다"면서 "맨 앞자리에서 서임식을 보면서 유흥식 추기경님의 성직자로서의 강한 신념과 교황님에 대한 올곧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차관은 "제가 만난 유 추기경님은 지역 교회와 세계 교회에 대한 헌신을 통해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갈채받은 유흥식 추기경, 축하 줄은 끝이 없었다
국회 대표단인 국민의힘 이명수·윤주경·배준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김종민·장철민 의원 등도 유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했다.

이명수 의원은 "2023년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추기경 서임식을 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며 "유흥식 추기경님이 한국 가톨릭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별'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유 추기경의 고향인 충남 논산이 지역구인 김종민 의원은 "유 추기경님의 임명 소식을 듣고 그 소식 자체만으로도 은혜를 많이 받았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추기경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가 만난 추기경님은 소박하고 소탈하며 여러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며 "워낙 좋은 성직자신데, 추기경까지 되셨으니까 기대가 많이 된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이어 국내외 가톨릭 신도 경축 순례단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유 추기경이 사도궁에서 1시간 이상 축하에 답례를 한 뒤에도 사도궁 밖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갈채받은 유흥식 추기경, 축하 줄은 끝이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