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하다가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 복싱 국가대표 출신 20대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술에 취해 귀가한 뒤 아버지(당시 55세)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권투선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선수권 등 여러 대회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고, 한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아버지가 숨졌다"며 112에 신고한 뒤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고 사고사인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시신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경찰은 부검 결과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진데다 장기 여러 군데가 파열된 사실을 파악했고 5개월 동안 내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검거했다.

수사 결과 2020년 9월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A씨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병변으로 장애가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는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버지에게 주로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을 먹였고,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씻기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라고 질타했다.

다만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이나 다른 친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동거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