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사단 조 상병 4월에 순직처리…배상은 6개월째 심의 일정도 안 잡아
당시 가해자 전원 '기소유예'하고 유족엔 미통보·기록은 폐기…진상규명은 요원
軍 '구타에 극단선택' 상병 25년만 순직 인정…배상은 차일피일
군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병사의 순직을 25년 만에 뒤늦게 인정했지만, 이후에도 그에 따른 배상은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있어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군 수사 당국이 사건 당시 가해 혐의자들을 모두 기소유예 처분했음에도 유족에겐 전혀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유족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야 뒤늦게 확인됐다.

수사 자료조차 전혀 남아있지 않아 진상 규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 25년 만에 밝혀진 진실…배상은 반년째 무소식
25일 군에 따르면 1997년 2월 육군 제6보병사단에서 숨진 조 모 상병 사건에 대해 지난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순직 인정을 요청함에 따라 국방부는 올해 4월 조 상병을 순직으로 처리했다.

사망 당시 22세였던 조 상병은 휴가를 나왔다가 선임병 8명에 대한 원망과 그들을 죽여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집에서 숨졌고 이를 가족이 발견했다.

조 상병이 부대에서 폭행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부대에 알려졌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다.

군사망사고위원회 조사에서 조 상병 부친은 아들이 생전 휴가 때 선임병들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다고 말하자 아들 몰래 부대 간부에게 이를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위원회 조사에서 조 상병의 동기는 간부들이 구타·가혹행위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며 일부 간부는 오히려 병사들 간의 폭언·폭행을 조장해서 군기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임병들로부터 당하게 되는 구타·가혹행위와 간부들의 지휘·감독 소홀"을 조 상병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인정했다.

사망 25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군의 온전한 책임 이행은 지연되고 있다.

유족 측은 올해 2월 군에 배상을 요청했고 육군 제5군단사령부 지구배상심의회가 사안을 담당하게 됐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지구심의회는 신청 후 4주 안에 배상금 지급·기각·각하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요청한지 6개월이 지나도록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육군은 "배상 신청 건은 해당 군단에서 접수했지만, 접수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치하고 있음을 이해 바란다"며 정해진 기간보다 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5군단사령부 지구심의회의 사안 처리 건수가 2020년 218건, 2021년 160건이었다가 올해는 상반기 22건에 그쳤다는 점에 비춰 업무를 태만히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軍 '구타에 극단선택' 상병 25년만 순직 인정…배상은 차일피일
◇ 가해자 전원 기소유예하고도 유족엔 알리지도 않아…수사자료는 폐기
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당시 사건의 진상 규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들은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가 구속 수사를 진행하기는 했으나 6사단 헌병대로 사건이 이첩된 후 전원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일선 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신 구속은 신중해야 하는데, 구속수사를 했으면서 기소유예로 처분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고 짚었다.

유가족은 가해자들이 구속됐다는 소식까지만 통보받았고, 구속됐으니 당연히 처벌받았을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기소유예 처분 사실은 올해 3∼4월 유족의 정보공개 청구와 6사단의 비공개 결정, 그리고 이의신청까지 거쳐서야 밝혀졌다.

그러면서 재수사를 요구할 기회마저 놓치게 됐다.

현직 경찰 관계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유족이 처음부터 인지했더라면 재정신청에 따른 재수사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권리 구제 기회가 원천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조 상병에 어떤 일이 있었고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길래 기소유예가 내려졌는지 유족들이 들여다볼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군사망사고위원회 조사에서 지휘·감독 소홀 책임이 인정됐던 부대 간부들에 대한 6사단의 과거 수사 자료 등은 현재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군이 밝혔다.

반면 같은 시기 생산된 수방사 헌병대의 중요사건보고, 사망확인조서, 전사망자 보고 등은 기록물로 보존돼 있다.

유족 측은 부대 측이 사건 발생 12년 뒤에야 신설된 자료 폐기 규정을 근거로 폐기의 타당성만 주장한다면서 현 사단장을 고소했고, 이 사건은 육군 검찰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