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브람스·차이콥스키·시벨리우스 등
9월3~5일 서울·통영·수원서 연주
12월에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하이든·베토벤 교향곡 등 들려줘
탁월한 음악성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전 세계 음악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예르비는 그 와중에도 한국을 자주 찾는 ‘친한파’ 지휘자다. 파리 오케스트라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등과 여러 차례 방한해 뛰어난 연주를 들려줬다. 마지막 내한무대였던 2018년 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의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힐러리 한 협연)과 슈베르트의 교향곡 ‘그레이트’를 유려하게 들려줘 청중을 매료시켰다.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한동안 뜸했던 예르비가 4년 만에 한국에 온다. 다음달 3~5일 그가 창단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을 이끌고, 그의 60번째 생일(12월 30일)을 앞둔 12월에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에 대해 예르비는 공연기획사 빈체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과 한국 관객들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 자주 방문하면서 이 나라와 관객들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며 “특히 특별한 생일을 맞이하는 시즌에 제게 정말 특별한 두 오케스트라와 함께 방문하게 돼 개인적으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에스토니아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패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단체다. 예술감독인 파보 예르비와 함께 그의 아버지이자 ’역사적 마에스트로‘인 네메 예르비(85), 동생이자 지휘자인 크리스티안 예르비(50)이 참여하고 있다. 파보 예르비가 직접 선발한 에스토니아와 세계 각국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고, 개개인은 다른 오케스트라나 연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단원을 뽑을까. 예르비는 “전 세계를 돌며 지휘할 때, 잠재력 있는 연주자들에 대해 살펴보는데 정말 좋은 연주자이지만 우리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연주자들이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분들에게 제가 먼저 다가가 ‘여기 진짜 멋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함께 하자’고 말한다”고 했다.
이렇게 함께한 단원 중에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종신단원(바이올린)인 이경은도 있다. 이번에 함께 내한하는 그는 “단원 대부분이 유럽 각지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다“며 “다들 휴가를 반납하고 마에스트로(파보 예르비)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좋아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파보 예르비와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4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와 에르키 스벤 튀르의 ‘L’ombra della croce’,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5일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차이콥스키 5번 대신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은 에스토니아 바이올리니스트 트린 루벨과 첼리스트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협연한다. 1980년 창단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예르비가 18년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함께하는 내한공연은 2013년과 2014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오는 12월 11일 LG아트센터 서울, 13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이든 교향곡 96번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클라라 주미 강 협연), 베토벤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